최근 이공계 ‘아름이’(여학생을 의미하는 애칭) 비중이 증가했지만 이들을 지도하는 여성 교수 비율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여학생들의 롤 모델은 물론이고 미래를 설계할 커리어 패스(Career Path)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 따르면 일반 대학 자연·공학 계열에서 여성교원 비중이 각각 17.0%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44.1%, 교수임용이 가능한 박사 졸업생 중 여성 비율이 36.6%인 점을 감안할 때 교육현장 여교수 비율이 크게 낮음을 알 수 있다. 공학계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학계열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14%, 박사 졸업자 중 여성 비율이 9.7%인 반면에 전체 공학계열 교원 중 여성교원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섬유공학과는 최근 여학생 진학이 크게 증가해 재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38%에 이르지만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여성 교수는 전국에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학생 중 여학생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통계학(46.2%)과 화학(47.7%)도 여성 교원 비율이 각각 8.4%와 7.4%로 한 자릿수 이하를 기록했다.
이공계 여학생 증가에도 여성 교수 비율이 여전히 낮은 것은 보수적인 대학사회 분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공계의 경우 교수사회에서부터 공학과 자연과학은 남성 학문이란 인식이 강해 여성 교수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교수 부족 현상이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공계 여학생이 미래 진로를 고민할 때 가장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롤 모델이자 조언자가 바로 여성 교수기 때문이다.
여성 교수 부족이 이공계 선택을 주저하는 예비 진학생은 물론이고 불분명한 진로로 고민하는 이공계 여학생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인(홍익대 화학공학과3) 학생은 “여학생 특성이나 체력문제, 상대적인 취업 불리함을 남자 교수님들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현장에서 이공계 여학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여교수님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은 “누구나 미래를 설계할 때 다양한 롤 모델이 필요한데 이공계 여학생은 참고할 만한 롤 모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학생이 고객이라면 대학은 학생 요구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현장의 여성 교수 부족은 분명한 롤 모델 제시라는 이공계 여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 특성과 정서를 이해한 학생지도가 어려운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일반대학 교원 수 현황 및 여성교원 비율(2010년 기준, 단위: 명, %)
(자료: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