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마음대로 하늘을 날고 거대한 트럭을 쉽게 들어올립니다. 컴퓨터 세계에도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가 있죠. 바로 ‘슈퍼컴퓨터’가 그 주인공입니다.
슈퍼컴퓨터 탄생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크레이가 만든 ‘크레이-1’이 최초의 슈퍼컴퓨터입니다. 크레이-1의 연산 속도는 매초 2억4000번으로 당시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IBM ‘스트레치’나 유니백 ‘라크’ 등도 대표적인 초기 슈퍼컴퓨터입니다.
1985년에는 ‘크레이-2’가 빛을 봅니다. 연산 속도는 12억번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슈퍼컴퓨터는 크레이-2를 개량한 ‘크레이 2S’입니다. 서울 올림픽을 치른 직후인 1988년 10월 과학기술원 부설 시스템공학 센터에 도입됐습니다.
Q:슈퍼컴퓨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A:슈퍼컴퓨터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집에 있는 PC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1초에 수십억, 많게는 수천조 번의 계산을 해냅니다. 보통 PC로 하면 몇 년이 걸릴 일을 슈퍼컴퓨터는 단 몇 초에 끝낼 정도죠.
슈퍼컴퓨터가 하는 대표적 일은 기상예보입니다. 바람이나 해류, 고기압과 저기압의 위치, 과거 통계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날씨를 예측합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슈퍼컴퓨터의 활약이 큽니다. 물질의 근본을 파악하는 물리학과 우주의 비밀을 찾는 천문학, 생명의 신비를 알아내는 생물학과 의학까지 슈퍼컴퓨터는 복잡한 계산으로 학자들을 돕습니다.
기업에도 슈퍼컴퓨터는 많은 도움을 줍니다. 자동차나 비행기 모의실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만일 슈퍼컴퓨터의 힘을 빌지 않으면 천문학적 개발비가 듭니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충돌 실험을 실제 비행기로 한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쉽겠죠.
Q: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는 무엇인가요?
A:일본 컴퓨터 회사 후지쯔가 만든 ‘케이’가 현재는 최고입니다. 케이는 최근 슈퍼컴퓨터 중 처음으로 초당 1경번의 계산을 기록했습니다. 케이란 이름을 한자로 쓰면 ‘경(京)’입니다. 이름부터 1경번 기록을 깨겠다고 붙인 셈이죠.
케이는 800대 이상의 컴퓨터를 연결한 구조입니다. 1120억엔(약 1조6234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갔습니다. 당초 내년 6월께 1경번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6개월 이상 앞당겼습니다. 현재 2위는 초당 연산 2566조번의 중국 ‘톈허1A’입니다.
슈퍼컴퓨터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됐습니다. 2002년 NEC가 처음으로 초당 1조번의 연산을 의미하는 테라플롭스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6년 만인 2008년에 IBM이 초당 연산 1000조번인 페타플롭스 시대를 처음 열었습니다. 초당 100경번의 연산을 의미하는 엑사플롭스 슈퍼컴퓨터도 곧 나올 전망입니다.
Q: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A:아쉽지만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슈퍼컴퓨터는 세계 순위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우리나라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해온과 해담은 31위와 3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각각 19위와 20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11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슈퍼컴퓨터를 들여오면서 세계 1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듬해 기상청이 도입, 슈퍼컴퓨터 강국의 초석을 닦았죠. 이후 세계 각국이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확충하면서 순위가 대폭 하락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성능 합계는 세계 전체 0.6%로 공동 15위네요. 1위는 미국(51.2%), 2위는 중국(12.4%), 3위는 독일(6.0%), 4위는 영국(5.4%), 5위는 일본(5.2%) 순입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