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수사태로 HDD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고 이 여파로 PC와 D램 반도체 시장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PC 업계가 보유한 HDD 제고량은 이달 소진돼 내년 1분기까지 PC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PC용 D램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D램 가격이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HDD 유통시장은 태국 홍수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께 발생한 태국 홍수사태로 올 4분기 세계 HDD 생산량이 전 분기 대비 34% 하락한 1억20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HDD 생산의 40~50%를 차지하는 태국 내 생산시설이 대부분 피해를 보면서 내년 1분기 후반께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HDD 공급 차질로 PC 시장이 직접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PC 업계는 4분기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 생산량이 전 분기에 비해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노버그룹 천 쉬둥 수석 부사장은 최근 “태국 홍수 사태로 레노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HDD 부족 사태가 6개월 이상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HDD 재고량 소진으로 공급 부족이 본격화되는 다음 달에는 생산량이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표 내용만을 볼 때 3월 일본 대지진 때보다 HDD 공급 차질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돼 PC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HDD 및 PC 유통시장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PC업체는 최근 판매가격을 3~4% 인상했다. PC 유통시장 한 관계자는 “500GB 중고 HDD는 보통 2만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최근 3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개인 사용자들이 HDD를 높은 값에 내놓아도 없어서 못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조립PC 가격도 상승하면서 PC방용 조립PC도 타격을 받았다. PC방 전문 조립PC 업체 관계자는 “HDD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PC방 영업 물량이 거의 없다”며 “PC 업그레이드 계획을 취소하거나 HDD를 제외한 다른 부품만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HDD 수리도 부품 부족과 대체물량 부족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업계 전문가는 PC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PC용 D램 공급 과잉으로 연결돼 반도체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애널리스트는 “최근 2Gb DDR3 현물가격이 최근 집계한 고정 거래가격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이달 고정 거래가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대만, 일본 D램 업체들이 감산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태국 홍수 탓이며 PC 생산과 D램 수요는 다음 달부터 크게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는 “내년 1분기까지는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D램 업계 추가 감산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