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엔고 영향으로 일본 주요 전자 및 부품 소재 기업이 경영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달러당 80엔 이상이던 예상 환율을 75엔 수준으로 낮췄다. 올해 실적의 하향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일본 주요 언론을 종합해보면 주요 전자 업종 기업이 실적에 반영하는 예상 환율을 낮췄다. 세이코엡손과 리코, 일본전산 등 실적 목표를 80엔 기준으로 잡았던 기업은 모두 75엔으로 바꿨다. 교세라는 76엔, 샤프와 코니카미놀타는 78엔으로 낮춰 잡았다.
전자 업종 기업의 환율 조정은 좀처럼 엔고가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환율은 2007년 6월의 달러당 122.62엔이다. 2008년 3분기까지도 달러당 100엔 이상을 유지했다. 2009년 들어 환율은 급상승, 11월에 90엔이 무너졌다.
이후에도 엔고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 2010년 들어 상반기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급기야 올해 7월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80엔이 깨졌다. 10월 29일 환율은 75.80엔에 마감했다.
엔고는 생산 원가를 높여 전자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 업종은 엔고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리코는 올해 예상 이익을 당초 200억엔에서 100억엔으로 절반이나 줄였다. 엔고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반영한 결과다.
올해 초 환율을 85엔 수준으로 전망한 도시바는 반기 이익이 예상보다 100억엔 정도 낮게 나왔다. 엔고로 플래시메모리와 LCD TV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과 소니 등 전자 업종의 대표기업 실적이 나쁜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던 도시바도 엔고 태풍에 휘말린 셈이다.
생산 거점 해외 이전이나 가격 인상도 이어진다. 세이코엡손은 전자 부품 생산의 중국과 말레이시아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본전산은 엔고에 태국 홍수까지 겹쳐 하드디스크용 스핀들모터 가격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엔 달러 환율 추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