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중요 시점마다 강직한 소신으로 정면 승부를 선택하는 돌파형이다. 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거침이 없다. 사장 내정 당시 지인들이 서울화력발전소 이전 이슈를 걱정할 때도 “한 번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던 그다. 선례가 없고 위험하다 해서 가야할 길을 피하지 않는다. 매사 확고함이 묻어나는 결단력은 중부발전의 사업 추진력을 배가시킨다. 9.15 정전사태 이후 올 겨울 동계피크가 우려되는 지금 발전사 수장으로서 그의 해답은 명료했다.
“발전사 최우선 책무는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겨울철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라면 중부발전 모든 발전소를 고장 없이 꾸준히 가동하는 것 이상은 없습니다.” 20여년 공학도 외길을 걸어온 남인석 중부발전 사장을 만났다.
남 사장의 동계피크 대비책은 ‘정면 승부사’다운 우직함이 묻어난다. 비상근무체제 강화·위기의식 제고·특별점검반 설치와 같은 흔히 등장하는 방법론을 얘기할 만도 한데, 주력 업무인 전기 생산 안정성 강화 그 이상, 이하도 없다. 하지만 간단명료한 대답에서 반드시 이 원칙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다.
강한 의지만큼 중부발전의 동계피크 대비도 철저히 준비되고 있다. 올 겨울 중부발전의 발전소 운전원칙은 ‘안정성’으로 요약된다. 수익을 고려한 경제운전·효율운전보다는 안정성 위주 운전으로 정전재발 방지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12월 5일부터 시작하는 전력수급대책기간에는 모든 발전소를 가동해 부하를 최대한 분산할 예정이며 여기에 사용할 고효율 유연탄 역시 미리 준비했다. 발전소 정비는 11월 중 모두 마무리하고 장비 신뢰도 점검 비중도 높인다. 최근에는 조금이나마 전력수급에 보탬이 되고자 에너지 절약 및 고효율 전기기기 사용으로 발전소 내 소비전력을 3~4%가량 절감하기도 했다.
“겨울철 전력피크가 높은 지금 발전량을 줄이거나 설비가 고장 나면 바로 전력위기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설비 안정성을 높여 고장 없이 지속가능한 전력공급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발전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장기 전력수급 대응을 위해 남 사장이 최우선으로 꼽는 경영전략은 노후설비 개선과 자원 개발이다.
노후설비 개선은 역점 추진 사업이다. 25년을 운영하고 설계수명 5년을 남기고 수명연장 설계공사를 진행한 보령화력 1·2호기를 정상적으로 운전, 국내외 우수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500㎿ 표준 석탄화력발전소인 보령화력 3~6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및 성능개선 등 설비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첫 단계로 올해 보령 6호기를 대상으로 보일러 등 기계설비에 대한 전력연구원 수명진단평가를 시작했다. 주제어설비와 발전소 내 전력계통을 감시하는 설비(ECMS)는 2013년까지 단계적인 성능개선·교체를 진행 중이다. 남 사장은 “미래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공급능력 확대가 필요하다”며 “부지확보 문제로 신규발전소 착공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존 설비 수명연장과 성능개선은 또 다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로 지어지는 1000㎿급 석탄화력발전소인 신보령 1·2호기는 그의 돌파형 전략으로 가능한 사업이었다. 첫 사례라는 위험성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선뜻 도입에 나서지 않았지만 남 사장은 기술표준원장 시절 경험을 살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국내 첫 시도라는 용단을 내렸다. 신보령 1·2호기는 11월 중순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6년 가동할 예정이다.
15% 미만에 머물고 있는 유연탄 자주개발률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민간 자원개발 회사들과 해외 탄광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는 유연탄광 바로 옆에 발전소를 건설, 운송비를 없애 전력생산비를 줄이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도 있다.
연료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급선 다변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인도네시아 유연탄 도입 비중을 줄이고, 캐나다·남아공·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연탄을 도입하고 있다.
해외사업도 빼 놓을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인도네시아가 개방한 최초 민자발전사업인 찌레본 발전사업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수주했다. 남 사장이 부임한 첫 해인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탄중자티 발전소 운영사업을 수주해 20년간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사업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에이핫 발전소 시운전 용역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중동지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 1년을 맞는 내년부터는 해외사업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찌레본 발전소 준공이 예정돼 있으며 올해 4월 체결한 인도네시아 왐푸수력 발전사업 재원조달도 올해 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나미비아 및 미국 풍력발전 시장에도 진출해 사업지역 다각화와 해외 신재생분야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해외사업의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 남 사장이 경영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이스터고 인력 채용이다. 현장 기능직 업무가 많은 발전소 특성상 전문 인력을 조기 채용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공직생활에서 보여 온 산업기술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마이스터고 인력채용은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선택이며,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려 미래 국가 전력수급의 핵심인재로 키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 사장은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전력생산과 더불어 사회적 책무의 무게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물론, 국가기반산업 기술의 발전과 해외시장 개척·인력창출·동반성장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kim@etnews.com
정리=,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