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장사를 하는 마이클 파이프(42)씨는 트럭을 개조해 직장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빵과 커피, 음료수 등을 판다. 전기를 쓸 수 있는 일반 가게가 아니다보니 카드 단말기를 연결하지 못해 늘 현금만 받아야 했다. 그러다 스마트폰 이어폰잭에 장착해 사용하는 ‘모바일 카드 단말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구매해서 써보니 카드 수수료도 비교적 낮다. 그는 “결제 시스템 덕분에 배달까지 나갈 수 있게 됐다”며 반색했다.
스마트폰이 카드 결제 단말기로 변신해 확장 일로에 서 있다. 지난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미 전역에 시판됐던 모바일 결제단말기 ‘스퀘어’가 월마트 9000여개 지점에도 납품된다. 타깃, 베스트바이 등 오프라인 상점도 해당된다. 26일 스퀘어 대변인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iOS 등에서 구동되는 스퀘어를 손쉽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살 수 있다”며 “판매 채널이 확대될 것이며 이는 결제 시장에서 상당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스퀘어는 카드결제 단말기를 구입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이 타깃이다. 카드사의 높은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작은 가게도 마찬가지다. 단말기는 9.99달러로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스퀘어 단말기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퀘어 단말기를 이용하면 카드 ‘고정’ 수수료가 2.75%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카드사뿐만 아니라 은행까지 수수료를 떼가는 시스템인데다 연체 수수료, 한도초과 수수료 등 다양한 항목으로 수수료를 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드를 사용하면 월 5달러씩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법안까지 통과돼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더 깊어진 상황이다.
스퀘어는 현재 80만 소상공인과 계약을 맺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820만 가맹점이 있는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지만 사업 초기 치고는 괄목할만한 수치다. 트위터를 창업했던 잭 돌시 CEO는 “시범 서비스를 마쳤고 이번 달 말까지 시스템 에러를 바로 잡겠다”며 “매년 2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갓 개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시장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NFC는 ‘카드가 없는’ 결제를 목표로 하지만 스퀘어는 ‘카드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베이 결제시스템인 페이팔, 구글 등은 최근 ‘모바일 지갑’을 론칭했다. 이동통신사와 거대 금융사도 이 부문을 주목하고 있는 추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