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10년, 음악 시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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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처음 선보인 `아이팟`은 성능과 디자인에서 앞섰지만 지나치게 비싸고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1년 10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관심은 11년 만에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5년 동안 얼마나 독특한 컴퓨터를 개발해왔는가에 쏠렸다.

 잡스가 공개한 제품은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이었다. 아이팟은 이미 한국이 선점한 MP3 플레이어 시장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장악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아이팟은 단지 MP3 플레이어 시장뿐 아니라 음악 시장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CD 시대를 끝낸 아이팟=요미우리신문은 아이팟 10주년을 맞아 소니 ‘워크맨’과의 비교 기사를 게재했다. 과거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의 대명사는 워크맨이지만 이제 그 자리는 아이팟이 차지한다.

 지난 1979년 처음 출시된 후 워크맨 누적 판매 대수는 4억대에 달한다. 아이팟은 10년 만에 3억대를 판매, 워크맨 추월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워크맨은 테이프와 CD, MD 등 음악을 담는 형식이 다양하지만 아이팟은 오로지 MP3다. MP3 플레이어로만 본다면 아이팟은 워크맨의 10배가 넘는다.

 아이팟은 음악 유통 시장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2010년 기준 미국 CD 판매액은 20억달러 수준이다. 2006년 55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본의 CD 생산량도 1998년 4억6000만장을 정점으로 하락, 2010년에는 2억700만장까지 줄었다.

 반면 아이팟 음악을 유통하는 ‘아이튠스’는 무섭게 성장했다. 곡당 99센트라는 획기적 가격을 앞세운 아이튠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튠스의 누적 음원 판매 수량은 160억개를 웃돈다.

 ◇성공의 비결은 끊임없는 변화=컴퓨터월드는 아이팟 성공의 비결을 ‘고객의 마음을 읽고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이팟의 시작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디자인과 성능은 경쟁제품을 압도했지만 가격이 무려 399달러에 달했다. 음악도 윈도 PC하고는 호환되지 않았다.

 2년 후 애플은 약점을 고쳤다. 2세대 아이팟이 나오면서 윈도 PC와의 호환성을 추가했다. 2004년 아이팟 미니를 출시하면서 가격도 150달러나 내렸다. 이듬해에는 저장매체를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메모리로 바꾸면서 가격을 99달러로 결정했다.

 고객이 음악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애플은 아이팟에 동영상 재생 기능을 넣었다. 아이튠즈에는 TV 카테고리를 신설, 당시 인기 드라마 ‘로스트’와 다수의 쇼 프로그램을 서비스했다.

 ◇애플 생태계는 아이폰으로 이동=애플 입장에서 아이팟이 가져온 가장 큰 이익은 생태계 조성이다. 고객은 아이팟을 사고 아이튠스에서 콘텐츠를 구입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선순환 구조를 갖는 셈이다.

 2007년 아이팟 터치가 나오면서 고객들은 더 열광했고 이듬해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공개하면서 IT 시장의 리더로 떠올랐다. 결국 아이팟에서 시작한 스티브 잡스의 전략은 아이폰을 거쳐 화려하게 꽃피웠다.

 10년 동안 애플의 밑거름이 된 아이팟의 미래는 밝지 않다. 올해 3분기 아이팟 판매량은 662만대다. 전년 동기 대비 27% 하락한 수치다. 아이팟의 브랜드 가치는 신흥 시장에서 매력적이지만 결국 다른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 왕좌를 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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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나온 `아이팟 미니`는 다양한 색깔과 150달러나 낮춘 가격이 고객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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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등장한 `아이팟 터치`는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아이팟 대표 제품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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