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한대 없는 실리콘밸리 초등학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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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이 체험수업을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페닌슐라 발도르프 학교(Waldorf School of the Peninsula). 여느 학교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교내에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다. 학생들 대부분은 ‘구글링(구글검색)’하는 방법도 모른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집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학부형을 독려한다. 학부형 대부분은 구글, 야후, 이베이 등 실리콘밸리 내 글로벌 IT 기업에 재직 중이다.

 24일 뉴욕타임스는 첨단 IT가 범람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로테크(Low-tech)’를 주창하는 교육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발도르프 학교는 수업 시간에 IT 기기를 전혀 쓰지 않는다. 펜과 공책으로 필기를 하고 뜨개질을 하거나 진흙을 만지고 논다. 컴퓨터나 스크린, 스마트폰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실 안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교육에 IT를 접목하고 있는 시도에 반하는 것이다. 미국 내 초등학교 90%가 올해 교실에 컴퓨터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발도르프 학교는 컴퓨터가 창조적인 생각과 현실의 인간관계, 집중력과 운동능력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캐시 와이드 교사는 “배우는 것은 재밌고 감각적인 일이며 딱딱한 컴퓨터를 통해서는 얻을 게 없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밸리라는 지역 특성상 발도르프 학부형 4분의 3 이상은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구글, HP, 애플, 야후 등이다. 다트머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구글 홍보팀에서 일했던 앨런 이글(50)은 이 학교에 딸 앤디를 보냈다. 그는 “나는 문법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아이패드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폴 토마스 펄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겐 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산교육을 가르쳐야 한다”며 “기술은 비판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 학교협회 이사회 멤버인 앤 플린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고 가르칠 능력이 되면서도 교육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이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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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페닌슐라 발도르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컴퓨터나 첨단 IT기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래된 칠판과 분필, 나무 책꽂이와 책걸상 등이 자연스런 교실 풍경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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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페닌슐라 발도르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컴퓨터나 첨단 IT기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래된 칠판과 분필, 나무 책꽂이와 책걸상 등이 자연스런 교실 풍경을 강조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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