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벌써 자금난?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젖줄’이 말라간다. 상당수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허덕인다. 가치 산정도 야박해졌다.

 스타트업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투자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자금난에 빠진 일부 스타트업은 사채의 일종인 ‘브릿지론(Bridge Loan)’까지 끌어다 쓰는 지경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트업 자금난 소식을 전했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은 스스로 가치를 낮춰 투자 금액을 깎고 있는 실정이다. 실리콘밸리 엔젤투자자인 나발 라비칸트는 “스타트업 가치가 300만~500만달러 사이에서 책정된다”며 “이는 1년 전 600만~800만달러보다 절반가량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엔젤 투자자나 시드머니를 찾는 스타트업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지원받는 금액도 현저하게 줄었다. 스타트업 수가 너무 늘어났다. 컨설팅 업체인 벤처소스에 따르면 닷컴 붐이 일었던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자금 수혈을 받은 기업은 416곳이었는데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자금지원을 받은 기업은 826곳으로 갑절이 넘는 수치다.

 문제는 규모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지원했던 금액은 1625억달러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벤처 자금은 392억달러로 76%나 떨어졌다.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은 두 배나 늘었는데 투자할 돈은 4분의 1로 줄었다.

 조지 자차리 찰스 리버 벤처스 캐피탈리스트는 “투자자는 가능성 있는 투자 대상을 찾고 스타트업도 자금에 목말라하지만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벤처 자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원을 약속하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것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와이컴비네이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받은 제시카 마 CEO는 ‘인디네로’라는 기업을 창업했다. 그는 110만달러 자금을 유치했지만 최근 생태계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을 주겠다고 한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며 “2013년까지 한 달에 20만달러의 브릿지론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에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에서야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박 난 사업 모델을 비슷하게 베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묻지마 창업’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딘 센컷 엔젤투자자는 “예전처럼 한 기업에 집중해서 투자하지 않는다”며 “아직 사업 기반이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을 지지한다는 건 ‘미친 짓’이다”라고 밝혔다. 대신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핀란드 회사인 로비오의 ‘앵그리 버드’에 투자했다.

 스타트업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인 IT 공룡들은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커스 센 야후 개발 부문 이사는 “한 발자국 뒤에서 이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스타트업에 낀 거품이 오히려 시장 생태계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스타트업이 IT 생태계 밑거름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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