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라인을 일본으로 옮겨 수익성이 개선된 보기 드문 사례가 나왔다. 생산거점의 중국 이전이 대세가 되고 있는 국내 업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낮은 임금=이익’이라는 상식을 깬 주인공은 일본HP다.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비싼 일본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HP는 해답을 납기 단축에서 찾았다.
지난 8월 8일 일본HP는 노트북 생산을 중국에서 도쿄 아키시마 공장으로 이전했다. 4배나 비싼 임금 차이를 감수하면서 내린 결정에 업계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엔고로 제조업의 탈 일본 추세가 두드러지던 상황이었다.
일본HP의 결정 배경에는 기업용 PC 사업의 성공이 있다. 지난 2003년 일본HP는 기업용 PC 일본 생산을 재개했다. 일본HP가 생산 라인을 옮기면서 가장 역점을 둔 작업은 납기 단축이다.
중국에서 만든 기업용 PC 납기는 보름이 넘었다. 일본HP는 즉각 공정 개선에 착수, 불필요한 공정을 없애 생산성을 높였다. 이를 5일로 단축했다. 각 고객에 맞는 맞춤형 PC를 주문에서 납품까지 닷새에 끝냈다.
오카 다카시 일본HP 부사장은 “납기를 줄이면 그만큼 영업 가능 날짜가 늘어나 판매도 증가한다”라며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노트북 판매량은 중국에서 생산할 때보다 30% 이상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메이드 인 도쿄’라는 일본HP의 브랜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고객들은 중국제보다 자국 생산 제품이라는 신뢰성을 선택했다.
HP의 세계 PC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5% 내외다. 일본HP는 10%가 넘는다. 올해 목표 생산량은 작년보다 50%나 증가한 140만대에 이른다. 생산 라인 이전 이후 HP의 일본 PC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에서 20%까지 수직상승, 업계 선두를 다투게 됐다.
오카 부사장은 “중국 생산 비용이 100이라면 납기 5일 체제의 일본은 85 수준”이라며 “어차피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오르기 때문에 일본 내 생산의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