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레노버의 PC 업계 1위 등극이 가시화됐다. 이미 델을 제쳤고 남은 경쟁자는 HP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PC 업계에 위기감이 드리워진 가운데 레노버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가트너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PC 시장 점유율은 HP가 17.6%로 1위, 델이 12.5%로 2위를 차지했다. 변화는 3위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노버가 12.1%로 에이서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1984년 설립 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레노버 순위는 올해 내에 한 차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 7월 지분 51%를 출자해 일본 NEC와 PC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8월에는 독일 최대 PC 업체도 인수했다. 2분기 델과의 격차가 겨우 0.4%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레노버가 2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노버는 경영진 보강에도 적극적이다. 9월에 소니 회장을 역임한 이데이 노뷰유키를 사외 이사로 임명했다. 이어 에이서 CEO를 지낸 지안프랑코 란찌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레노버는 이들의 풍부한 해외 사업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레노버가 이처럼 점유율 향상에 주력하는 이유는 창업자 류촨즈(柳傳志) CEO의 경영 전략 때문이다. 류촨즈 CEO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알 수 있듯이 PC 업계에선 1위 자리에 오르면 수익이 극대화된다”라고 말했다.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일약 세계적 기업으로 떠올랐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고전하면서 2009년에는 직원 10%를 줄이는 구조조정까지 감수해야 했다. 2006년 1분기 64%에 달하던 해외 매출 비중은 2011년 2분기 52%로 떨어졌다.
레노버는 위기 타개 방안을 내수 시장에서 찾았다. 레노버는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이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중국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살려 PC를 농촌 지역 판매보조금 대상에 넣었다. 그 결과 2011년 2분기 영업이익의 75%를 내수 시장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좋은 성과를 냈다.
PC 시장에서 계속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레노버지만 IT 업계의 급속한 변화는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변수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다. 스마트폰은 PC 출하대수를 추월했고, 스마트패드는 PC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간다. 2분기 애플의 중국 내 매출은 레노버를 앞질렀다.
레노버는 ‘타도 애플’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사업도 시작했다. 8월 중국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A60’의 가격은 1000위안(약 18만5000원)으로 아이폰 4분의 1 수준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