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전사태 재발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정전사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관련 작업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날 발표의 골자는 전력수요예측과 위기대응 매뉴얼 수정, 기관 간 협조체제 구축 등이다.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정전사태의 원인을 비효율적인 구조와 체계, 업무 관행 등으로 압축했다. 재발방지를 위한 발 빠른 모습엔 박수를 쳐줄 일이지만 아직까지 기술적 결함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정전사태에서 핵심 논란은 실제 발전할 수 없는 허수 전력량이 계산된 예비전력량이었다. 과연 이 예비전력량의 허수가 과거 발전사들과 전력거래소의 입찰관행으로만 벌어진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왜 발전소가 약속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고, 부하차단에도 불구하고 전력주파수는 무엇 때문에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계속 떨어지기만 했는지 알아야 한다.
8시부터 발전을 개시했다던 양수발전이 상황모니터 화면에는 뒤늦게 나타난 상황, 각 기관이 인지하고 있던 예비전력량 상황이 달랐던 이유도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관행과 편의주의적 업무 태도로 이번 원인을 몰아가기에는 위 현상들은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기술적 고찰이 없다면 정전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출범한 지식경제부의 ‘전력위기 대응체계개선 TF’의 임무는 막중하다. 지경부는 TF의 세부구성을 짜는데 있어 반드시 전력실무자와 수요자 측 입장을 대변할 인력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장단기 전력수급문제를 전력시장의 현안이 아닌 경제적·구조적 문제로만 풀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전기요금현실화와 수요관리제도 확대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확대와 철저한 이행으로 안정적인 수급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금 발전사들이 자금과 시간이 부족해 발전소를 짓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리하게 짜인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일정의 근본 원인도 파악을 해야 한다. 한 전력관계자는 이번 정전사태와 관련해서 “계획예방정비 일정에 대해 비난만 하고,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묻는 이는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지경부 TF는 올해 12월까지 3개월 간 활동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변수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원인을 일정 범위에 국한하고 계획된 방향으로 구상하는 대책은 끼워 맞추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번 정전대책에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