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위 현장은 월가가 아닌 SNS"

 단 30명으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미 전역은 물론이고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한 시위 현장은 맨해튼 주코티공원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SNS로 대표되는 사이버 공간이다.

 5일 로이터는 월스트리트 시위대의 전개 양상을 보도했다. 시위대는 IT의 집약체인 PC·노트북·웹캠·스마트폰 등을 통해 거대한 ‘미디어 허브’를 만들어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끌어오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트위터 등으로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시위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분노를 폭발시킨 공간도 SNS였다. 페이스북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the Occupy Wall Street)’ 페이지는 2만2000번의 ‘좋아요’ 추천을 받았다.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 지역별로는 보스턴 9000번, LA 1만3000번, 필라델피아가 6600번 추천됐다. 보스턴과 LA·필라델피아는 시위대 수백명이 도심 은행이나 시청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트위터 ‘@OccupyWallSt’는 팔로어 3만9000명이 생겼다. 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라이브스트림 ‘글로벌 레벌루션’ 채널은 시간당 4000명 이상이 시청 중이다.

 텀블러에는 ‘우리는 99%다(We are the 99percent)’는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99%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1%의 탐욕스러운 사람을 제외한 일반 시민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재정적인 고통 등을 자필로 쓴 편지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600명이 넘는 사람의 수기를 감상할 수 있다. 미국 모바일와이맥스 사업자인 클리어와이어는 자사 네트워크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월스트리트를 주시하는 사람이 하루에 4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맨해튼 시위대가 만든 공식 사이트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Occupywallst.org)’ 등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프 자르비스 NYU 언론학 교수는 “이번 시위는 ‘해시태그 반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시태그란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과 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싶을 때 따로 붙이는 태그를 의미한다. 그는 “해시태그에는 주체도 없고 계급도 없으며 다만 분노와 불평, 요구, 바라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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