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은 집단 창작이 되었습니다.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개발력이 집중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08년 11월 온라인 게임 ‘아이온’을 내놓으면서 게임 개발을 협업의 예술로 내세운 바 있다.
게임 개발이 더 이상 독창적 천재 한 명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아이온’의 성공 이후, 김 대표는 줄곧 대내외적으로 게임 개발에 있어 ‘협업’과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 한 사람만의 능력이 아닌 여러 사람이 힘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협업 시스템과 세밀한 완성도는 콘텐츠 산업의 원천기술에 해당한다.
게임산업도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이상 사회와 동 떨어진 산업이 아니라는 것도 김 대표의 이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엔씨소프트의 사회 공헌 사업은 ‘언제 어디에서나 연결된 사람들이 즐거움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회사의 설립 이념과도 일치한다.
엔씨소프트의 사회적 활동은 더이상 단순 봉사나 금전적 후원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설립이 14년째를 맞은 만큼 콘텐츠업계의 리더 기업이라는 고민을 담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글로벌 기능성 게임 제작에서 콘텐츠 산업 인프라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이다. 여기에 프로야구단 운영이라는 사명을 짊어졌다.
◇ 사회적 약자 위한 기능성 게임 제작·지원= 엔씨소프트는 국내외에 고통받는 청소년과 해외 빈민을 구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게임을 가장 좋아하는 나이대이면서 동시에 쉽게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와 공동으로 청소년들이 유엔의 식량 원조 및 긴급구조활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용 PC게임 ‘푸드 포스’의 한국어버전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푸드 포스(Food Force)’는 세계 최초의 인도주의 게임으로 △기아 지역 공중 순찰 △식량 포대 만들기 △식량 포대 공중 투하 △기부금 모집 및 식량 구입 △식량 운송 △터전 가꾸기 등 6가지 미션으로 나누어 실제 체험활동 위주로 게임이 제작됐다. 세계 16개국에서 1000만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질적 도움도 주고 있다. 빈민국 극빈 아동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FP의 대표적 기아 구호 프로그램인 학교급식 프로그램 (School Feeding Programme)에 참가하고 있다. 극빈층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무상으로 식사를 하고 방과 후에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나아가 엔씨소프트는 서울 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인지장애를 위해 고통받는 아동을 위해 치료용 게임을 개발 중이다. 지적발달장애 아동의 인지치료와 생활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태블릿 PC 기반의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병원에서의 직접적인 재활 치료(rehabilitation)에 사용됨은 물론, 치료 현황에 대한 정보수집 및 관리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서울아산병원 및 양현재단과 협력,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실질적인 투병생활에 대한 정보 및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소아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시 무균실에서 격리된 채 약 2주에서 2달까지 투병생활을 보내는 데 이 과정에서 벌어질 상황변화 및 통증에 대한 대처 및 주의가 각별히 요구된다.
◇ 전통문화 보존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까지=엔씨소프트는 게임콘텐츠 산업이 지식산업의 총아로 인정 받는만큼 우리 사회의 질적 도약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온라인 게임 개발이 인문학적 지식과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만큼 전통문화 보존에서 나아가 디지털 문화콘텐츠 제작 시스템 전반에 기여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전통문화예술의 보존 및 보급에 기여하고자 2009년부터 국립국악원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무형문화재이자 국립국악원의 대표적인 궁중 연례악 공연인 ‘왕조의 꿈-태평서곡’을 지원, 무대에 올렸다. 태평서곡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국 홍씨의 회갑연을 연례악과 함께 90분짜리 무대예술로 재구성한 대규모 전통문화공연이다.
엔씨소프트는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산업 전반에 협업 시스템이 퍼져가는 추세에 발맞춰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이미 헐리우드 등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는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창작자가 참여,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지원을 받아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랩과 함께 ‘한국형 스토리텔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업을 2년째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3년간 총 15억원을 투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동창작 프로젝트 지원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서울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강의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사회개방형 교육 포털 사이트를 구축, 서비스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온라인 지식나눔(SNUi)’ 사이트는 엔씨소프트와 서울대가 함께 공감하는 지식공유사업이다.
게임개발이 여러 사람의 공동작업인만큼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효과도 크다. 단일 회사로서는 최대 규모인 2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대만, 태국, 미국 등 해외법인을 포함하면 36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개발사가 오케스트라라면, 이용자는 연주자입니다”
김 대표는 게임개발사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서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를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에 비유했다.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악보를 만들고 수없이 악기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지만, 온라인 게임이라는 음악을 창조하는 주인공 자리는 이용자에게 돌렸다. 사회공헌 사업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것도 결국 이용자의 몫인 셈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