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소프트웨어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을 개발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제 값도 쳐준다고 한다. 제대로 된 운용체계(OS)가 없어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끌려다녀야 하는 우리나라 정보기술(IT) 현실을 바꿔 보겠다는 ‘통큰’ 결단이다. 그동안 시간급 노동자로 전락했던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동기가 됐다.
같은 시각,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는 SBS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 비아컴이 합작사 설립 협약식을 열었다. MTV·니켈로디언채널 등 인기 콘텐츠를 이용해서 국내 장악력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는 월트디즈니인터내셔널·소니픽처스 등 해외 미디어 그룹이 진출해 있다.
반면 국내 방송 채널은 해외에 진출한 사례 자체도 적거니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도 없다. 지상파 방송사나 대기업 그룹 계열사 CJ E&M에서 간헐적으로 드라마를 아시아 일부 지역에 판매한 게 고작이다. 절대적으로 콘텐츠가 빈곤하다.
국내 콘텐츠 제작 구조를 보면 이유가 나온다. 드라마를 만들면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재산권 일체를 제작사가 아닌 방송사가 가져간다. 아이디어를 내서 시나리오를 짜고 드라마를 찍는 사람 따로 있고 권리를 행사하는 쪽이 따로 있다. 제작 스태프는 200만원도 안되는 임금마저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변변한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콘텐츠가 없다면 플랫폼 역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문제점에 대한 진단도, 해결책도 이미 나와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창작 의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통큰 결단을 내려 줄 누군가가 방송가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오은지 정보통신팀 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