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진입 장벽과 적은 이윤, 치열한 경쟁에서 이뤄낸 일류 기업의 신화’.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류 전자 부품 산업의 대명사이던 대만이 일류 IT 산업 국가로 성장했다. 외형 면에서 매출 10조원을 훌쩍 넘는 IT 기업이 속속 등장했고, 질적으로도 자체 브랜드 파워까지 갖췄다. 일본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최신호에서 대만 IT 산업의 성공 비결과 향후 전망을 다뤘다.
동양경제는 대만 IT 산업의 힘을 ‘중동의 원유’에 빗댔다. 원유가 산업의 젖줄인 것과 마찬가지로 대만의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가 없으면 첨단 IT 제품의 생산이 멈추기 때문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노트북과 PC 생산의 메카는 대만이다.
대만 IT 업체들은 위탁생산에 그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갖고 글로벌 업체와 경쟁을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는 에이서다. 에이서는 대만 IT 기업의 성장 공식을 만든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이서는 PC와 부품으로 출발했다. 생산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다. 이윤도 박하지만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상식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에이서는 비용 절감으로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인 후 노트북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영역을 넓혔다.
에이서는 스마트패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회사가 만든 ‘아이코니어 탭’은 일본 스마트패드 시장 2위다. 아수스나 HTC도 마찬가지다. 전자 부품과 위탁생산에서 출발한 아수스와 HTC도 이제는 세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의 유력 업체로 떠올랐다.
동양경제는 대만 기업의 호조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대만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인 ‘비용 절감’의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IT 기업들은 제품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만든다. 최근 두드러진 중국의 임금 상승은 대만 IT 기업에게 직격탄이다.
에이서와 아수스, HTC처럼 대만 IT 기업들은 중국을 발판으로 자사 브랜드를 내걸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아직 한국이나 일본 기업처럼 탄탄한 기반은 아니다. 동양경제는 대만 IT 기업의 현실을 매우 위태로운 왕좌를 가리키는 그리스신화 ‘다모클래스의 칼’에 비유했다.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대만 IT 기업 3인방
자료:동양경제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