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전국은 지금 공생발전 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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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청장 손광희 가운데)이 모기업과 협력기업의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추진해온 동반성장 트라이앵글 실천협약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모기업인 원익쿼츠(대표 박근원 오늘쪽에서 세번째))와 협력기업인 성림(대표 김정민 왼쪽에서 세번째)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한 모습.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생발전, 건강한 기업생태계 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 국내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에) 이미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의 새로운 버전인 공생발전에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생발전은 자연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이 멸종하면 전체 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은 특히 공생발전이 무너지면 피부로 와닿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지역이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패에 따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국 각 권역에 흩어져 있는 대중소기업 및 중소기업간 공생발전의 성공사례를 모아봤다.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코오롱과 웅진케미칼 등 국내 원사 제조업체 4개사 임원들이 참석해 강철보다 강한 산업용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들 대기업은 섬유소재 관련 중소기업인 1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자사가 개발한 특수 섬유의 비법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당시 중소기업인들은 “평소 대기업의 과장급도 만나기 힘든데 임원들이 직접 나와 첨단 소재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해주니 수억원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월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글의 법칙을 적용해 대기업들이 하고 싶은 것을 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섬유관련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을 위한 첨단 소재관련 기술공개는 정글의 법칙보다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술협력을 통해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본다.

 ◇공급망 정보와 혁신활동 공유=포스코는 최근 포항철강공단에 현장중심 혁신활동인 QSS를 전파하는 ‘대한민국 제조현장 혁신허브’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혁신허브 조성에는 포항철강공단의 33개 협력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가 세부 액션플랜을 마련해 혁신허브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에 나서게 된다. ‘신뢰와 이익이 상충될 경우 신뢰를 우선시하라’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경영철학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사업계획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지난 7월 광주지역 8개 협력사에 자사의 공급망 관리시스템(SCM)을 완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용 표준 SCM인 ‘스타넷’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시범적용해 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한 것이다.

 그동안 협력사들은 공급망 시스템이 대기업과 호환되지 않고 정보 부재로 시스템 자체를 구축하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타넷 구축을 원하는 협력사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현장 지도 인력도 파견하기로 했다.

 ◇동반성장 실천협약과 펀드 조성=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은 지난해 4월부터 전국 최초로 ‘동반성장 트라이앵글 실천협약’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모기업과 협력기업 간 자발적 상생경영 실천을 유도, 공정한 거래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 지방중기청은 그동안 7차례 실천협약 체결에 참여했다.

 이 사업으로 전기전자 엔지니어링 전문 대기업인 포스코ICT는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계약보증금 및 하자보증금 면제, 원가절감에 대한 성과 공유, 공동기술개발 확대, 혁신활동 지원 등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이 협력사를 위해 직접 펀드도 조성했다. 여수에 공장을 둔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기업은행과 5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했다.

 호남석유화학이 기업은행에 예탁금을 맡기면 은행은 협력사에 2~3%의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 준다. 호남석유화학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상생보증기금을 출연, 중소기업을 지원해 왔다.

 ◇중소기업간 협력사례도 눈길=지난 7월 설립된 식물공장시스템 전문기업인 애그로닉스(대표 주종문)는 부산 벤처업계 상생의 산물이다.

 이 회사는 박환기 오토닉스 대표와 김택현 건양ITT 대표, 김종섭 명세CMK 사장, 주종문 대표 등이 각각 1억원 안팎으로 투자해 만들었다.

 오토닉스는 국내 최고의 제어계측 센서와 자동화시스템 전문기업이다. 건양ITT는 자동 정밀기계, 명세CMK는 냉온장 기기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애그로닉스는 이 기업들의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농산물 재배에 첨단 IT를 접목한 식물공장시스템을 개발했다.

 주종문 대표는 “애그로닉스는 지역 CEO들이 의기투합해 개인 이익을 넘어 지역을 위한 유망기업을 키워보자는 화합의 산물”이라며 “식물공장 설비와 운영시스템, 중소형 식물재배기기 등을 단계적으로 개발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해양로봇키트는 부산 지역 7개 로봇관련 산학연이 뭉쳐 각각의 노하우를 결합해 제품을 개발하고, 이어 실용화로까지 연결시켜 나가고 있는 사례다.

 부산로봇산업협회와 동현씨스텍, 소나테크, 재영사이언스 등 업계는 키트 제작을, 동명대는 운용개념 및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계를 맡았다.

 부산로봇교사연구회는 학생 교육용 응용 교재 개발, 부산과학문화진흥회는 체험교실 운영 등 보급 및 확산을 담당하고 있다.

 BNF테크놀로지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개사의 지원을 받아 ‘발전정지 원인 추적시스템(TIS)’을 개발했다. 이번 개발도 대표적인 산-산간 R&D 개발 사례로 볼 수 있다.

 발전소 고장 원인에 대한 분석과 조치 방안 기능을 수행하는 이 시스템은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GS 품질인증과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국내 원자력, 화력 및 복합화력 10개 발전소 28개호기에 설치돼 있다. 사우디 해수담수화공사와 기술교류 공유 양해각서를 교환했으며, 말레이시아 전력공사 진출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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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의 새로운 버전인 공생발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지역의 한 연구기관에서 연구원과 기업인이 제품개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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