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방송의 날 `방송`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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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방송계는 매년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연례적인 행사를 치른다. 오늘 축하연에 방송계와 정·관계 인사들이 모여 건배를 든다. 내일은 방송대상 시상식을 갖는다. 이런 의례적인 행사도 필요하겠지만 ‘잿빛’ 양상으로 변해가는 한국 방송을 ‘장밋빛’으로 전환하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면 좋겠다.

 방송정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연합체인 ‘방송협회’가 연대하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를 권고한다. 나는 프로젝트에서 다루었으면 싶은 주제 몇 가지를 제언하면서 방송의 날을 기념하고자 한다.

 첫째, 큰 틀에서 ‘한국 방송제도 이대로 좋은가?’란 의제 설정이다. KBS의 공익적 차별성, MBC의 공영방송 타당성, EBS의 방송공사 적합성 등이 검토 과제다. 대형 지상파 TV방송사 네 개 중 세 개가 공영인데다 두 개는 공사 체제이니 이도 연구 대상이 돼야 한다. 연말에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생긴다고 하나 공영 중심의 방송구조는 당분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둘째, 지상파 공영방송사가 사회통합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우리 사회는 요즘 극단적인 양극화로 간다. 상생의 문화는 사라져가고, 이념과 빈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갈등의 심화는 곧 사회적 비용을 더 들게 한다. 사회 통합의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할 정치는 되레 갈등을 더 부추긴다. 방송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를 방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정말 걱정스럽다.

 셋째, ‘TV수신료 인상’과 ‘권역 광역화’ 과제다. KBS와 MBC에 각각 절박한 사안이다. 두 과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 앞에서 방송사 CEO들이 벌이는 처신이 안타깝지만, 정치권이 문제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내가 여당일 때는 찬성, 내가 야당일 때는 반대한다. 부끄러움을 넘어 치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 밖에 ‘방송인의 정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하자. 방송에 몇 번 출연하면 다 방송인이 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방송인 전문 교육을 폭넓게 강화해야 한다. 바른 말씨의 보급도 큰 과제다. 바른 우리말을 잘 알리기는커녕 지나친 비속어와 외국어를 남발한다. 그릇된 말씨를 확대 재생산한다.

 종편의 진로도 퍽 걱정스럽다. 종편이 방송계에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다한 광고 영업 경쟁과 수준 낮은 프로그램 양산으로 방송 산업이 더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방송의 날’ 주인공인 지상파방송사에도 요청한다. KBS, ‘수신료의 가치’ 생각만으로는 곤란하다. 그 가치를 실천하라. 그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나. MBC는 사내 일체감 구축에 우선했으면 한다. SBS는 대형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하려고 하지 마라. 보편적 시청권이 어렵다. EBS는 방송교재를 정확하게 만들어 보급하길 바란다.

 김성호 객원논설위원·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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