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 지향적 국가자원 개방 공유체계 구축에 나섰다. 전 공공기관에서 제공되는 각종 대국민 정보서비스를 하나의 포털을 통해 통합 제공하자는 취지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매년 사업을 추진해 공유되는 공공 정보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보 공유체계 구축은 지난해 1차 사업이 완료된 후 올해 사업은 전면 취소됐다. 내년 사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유된 정보서비스는 매우 적다.
#지난 2004년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 주도로 관련 기관들이 모여 국가전자무역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후 데이터 표준이나 공통 방향이 마련되지 않아 최근 관련기관들이 별도로 중장기 정보화계획(ISP) 수립에 나서고 있다. 공통 인프라만 만들고 전체적인 전략이 없어 기관들이 별도로 수립하는 것이다. 결국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은 무역업체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정보시스템을 연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두 사례는 우리나라 공공 정보서비스의 상호운용성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상호운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는 공공 정보화 사업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호운용성에 대한 실질적인 범정부 가이드라인 부재 △정보화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 부족 △성과주의에 의한 개별사업 추진 △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 미흡 △폐쇄적인 문화 등을 제시한다.
◇상호운용성 가이드라인·추진기관 없어=가장 큰 문제는 국가적인 상호운용성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한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범정부 전사아키텍처(EA)를 수립했다. 공공기관이 활용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문제는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정보화 관계자는 “공공정보화 프로젝트 추진 시 EA를 기반으로 상호운용성 체계를 검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단지 예산 확보를 위해 EA시스템에 프로젝트 관련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A가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지나치게 획일화됐다는 점이다. 또 데이터 및 참조 모델 등이 많이 변경돼 EA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100개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대상으로 EA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3점에 그쳤다.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1.7점과 1.5점에 불과하다.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한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전자정부 서비스 통합 및 연계를 하나의 사업으로 수행하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큰 틀의 방안만 마련한다.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직속 위원회답게 국가 정보화에 대한 큰 그림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정보화 조율에 대해서는 방안 마련만을 중점적으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정보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든 주장이다.
현재로서는 공공기관들이 상호운용성 체계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나 기관이 없다. 이로 인해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 정보서비스를 개방하거나 부처 간 협업으로 유사 정보시스템 공동 구축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충분한 검토 없이 공공정보화 사업 추진=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보화 사업이 추진되는 것도 문제다. 담당 공무원은 상호운용성이라는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다. 타 기관 간에 시스템 연동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자원 개방 공유체계 사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된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한 고등학생이 버스운행정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무료로 배포한 것이 이슈가 되면서부터 검토가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가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차단하면서 사회 이슈가 되자 정부가 공공기관 보유 대국민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무런 계획과 검토 없이 사회 이슈에 편승해 추진된 셈이다.
이러한 사업은 발주, 진행 과정에서 계속해서 문제를 야기한다. 전체 분야의 정보서비스에 대해 공유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3개 사업으로 나뉘어 발주됐다. 중소기업에 많은 사업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린 것이다. 프로젝트 중 담당 공무원이 변경되고 사업 방향도 흔들렸다. 이러다 보니 체계 수립 후 운영 조직 구성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결국 이 사업은 계속 추진되지 못하고 중단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담당 공무원이 상호운용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는 것도 문제다. 많은 기관과 연계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프로젝트조차도 부처 간 협의를 담당 공무원이 아닌 수행업체 직원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다 보니 부처 간 협의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시스템 연계도 부분적으로만 이뤄지거나 이뤄지지 않는다.
성과만을 의식해 다른 기관이 운영 중인 정보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으로 인해 관련 정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자 지식경제부,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이 각기 개별적으로 FTA포털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원산지증명시스템도 각기 구축해 개별적으로 기업들에 제공한다. 중소기업 한 대표는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FTA 정보제공 서비스는 국가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기업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 제고 노력 안 해=데이터 표준화 노력이 없다는 것도 상호운용성을 갖추는 데 저해 요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프라 통합 및 표준화 노력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가 공통 표준 프레임워크 보급 확산 등 어느 정도 성과도 이뤘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개발 프레임워크 표준화 노력이 데이터 표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 품질 진단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정합성이 많이 떨어진다. 공공기관들이 국가자원 개방 공유포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것도 데이터 품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외부 용역을 통해 31개 공공기관 대상으로 데이터 품질 시범조사를 실시한 결과 DB평균 오류율이 5.19%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곧 ‘공공기관 보유정보 품질진단·개선’ 사업을 착수한다. 공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 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를 했다 하더라도 잘못된 데이터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폐쇄적인 문화도 대국민 서비스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국민이 이용하기 편리한 국가정보서비스 공유 포털을 개설, 적극 홍보하고 있다. 수만종에 이르는 국가정보서비스에 대한 국민 참여를 유도한다. 영국은 포털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 국가 정보서비스에 대한 활용방안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까지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 중 대국민 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수십만종이지만 공개된 정보는 501종에 불과하다. 이를 포함해 공개할 수 있다고 밝힌 정보도 690종에 그친다. 이용자 편리성은 차치하더라도 공유자원 포털이 존재하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홍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 중인 행정정보 공유체계 사업조차 폐쇄적인 공공기관 문화로 곤란을 겪고 있다. 가족관계등록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대법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가족관계등록정보는 병역연기나 보충역 신청 등 100여 종류의 민원업무에 사용된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병역법 등 100여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쉽지 않은 얘기다. 민원인은 해당 민원을 신청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 가족관계증명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표>공공정보화 상호운용성 저해 요인
<표>공공정보 품질 오류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사례
자료 : 한국정보화진흥원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