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54> 근성

 어떤 역경과 불리한 환경도 버텨내며 어려움을 이기고 반드시 뜻한 바를 이뤄내고야 마는 성질 혹은 성격.

 사전적으로 ‘근성’(根性)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 훅은 ‘뿌리가 깊게 박힌 성질’을 뜻한다. ‘노예 근성’이라면 노예가 가진 특유의 안 좋은 점을, ‘승부 근성’이라면 꼭 이기고 싶어 노력하는 승부사 기질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에선 주로 말도 안 될 정도로 끈질기게 버티는 끈기와 인내력, 안 될 일에도 무작정 달려드는 태도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역경을 이겨내며 인생 역전을 이뤄내는 긍정적 근성도 있지만, 버틸 필요가 없는 것을 버티거나 큰 의미가 없는 목표에 과도히 열정을 쏟는 부정적 근성도 있다.

 국내 인터넷에서 근성의 뜻이 이렇게 굳어진 데는 만화가 김성모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그의 학원 폭력물 만화에는 불리한 상황에서 수없이 두들겨 맞아도 끝까지 일어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보통 이런 류의 성장 만화엔 주인공 개인의 능력과 근성 외에도 좋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협력, 멘토의 조언, 우연한 만남 등 다양한 요소가 등장한다. 하지만 김성모 만화의 주인공은 무조건 ‘근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의 만화를 관류하는 주제가 ‘근성’이고 그는 ‘근성’을 예술적 주제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자신이 만화 공장 시스템을 정립해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분량의 만화를 찍어내는 근성 있는 만화가라 ‘근성모’로도 불린다.

 평서문 대사 끝에 물음표를 붙이는 실수를 자주하는 그의 문체는 ‘근성체’라 불린다? 근성 있는 사람은 인터넷에서 ‘근성 가이’란 칭송을 듣는다? 여하튼 근성은 나약한 요즘 젊은이들이 인생 개척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웹하드서 야동 찾는데만 근성 발휘하지 말자? 눈치 채셨겠지만, 이 글 마지막 단락도 근성체로 쓰였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이번 해킹 사건 계기로 그간 가입한 1만3200개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 다 바꿨어요.

 B: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근성이 필요해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