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창업센터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이 모험심도 강하고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이게 줄어들어 걱정”이라면서 “부모님은 실패하면 망한다고 하지만 여러분은 (젊으니까)실패해도 되고, 도전하면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으로 청년 창업을 적극 추천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창업정신이 우리나라 미래 산업 성장을 이끌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창업을 선동하는(?) 선배 권유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창업’은 ‘결혼’ 만큼이나 미친 짓이다. 결혼하려면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지만, 창업은 모든 가족과 등 돌릴 각오까지 해야 한다.
가족 중 열에 아홉은 ‘무조건’ 반대다. 멀쩡한 학교나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라면, 창업하기도 전에 ‘미친 놈’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결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만6900쌍이 이혼을 했다. 15세 이상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 당 이혼건수를 뜻하는 ‘유배우 이혼율’이 4.7건이다.
이혼하지 않은 부부라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전국 5개 도시에서 결혼한 294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48.3%인 142쌍이 예단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는다. 결혼이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창업 역시 성공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좌절을 경험한다. 사업을 하면서 두 번 정도는 겪게 되는 위기가 있다. 기업인들은 이 과정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른다.
서울시가 분석한 창업실패 원인을 살펴보면 준비 부족(35%), 경영관리 미숙(23%), 동업자와 종업원 관리 소홀(13%), 아이템 선정 실패(12%) 등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과 암초가 곳곳에 널렸다.
확률적으로 따져 봐도, 창업은 결혼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열에 아홉은 망한다’고 보면 맞다.
회사가 운 좋게 살아남아 문을 닫지 않아도 성공한 것이 아니다. 공공과 민간 부문에 흘러 다니는 ‘눈먼 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좀비(zombie)’ 기업이 부지기수다. ‘묻지 마’ 투자를 노린 ‘사이비 벤처’와 ‘무늬만 벤처’도 적지 않다.
실패에 따른 책임도 창업이 결혼보다 훨씬 가혹하다. 결혼에 실패하면 최소한 절반은 건진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사업 실패는 곧 신용불량자로 통한다. 자칫하면, 본인 뿐 아니라 온 집안 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
직장을 다시 구하는데도 창업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한 겁니까? 이번에도 직장이 마음에 안 들면 또 그만 두실 거지요?”라는 면접관의 말에 창업자는 두 번 죽는다.
“희망도 없는 곳에 무모하게 달려들어 실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제대로 도전하다가 잘못된 사람은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 역시 아직까지 희망사항이다.
그럼에도 창업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직장이 마음에 안 들거나, 취업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야 한다. 머릿속 아이디어와 열정에 미칠 것 같고,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걸 각오면 창업도 해볼 만한 선택이다.
그래도 열에 아홉은 망한다. 하지만 뭔가에 제대로 미치면, 성공 확률은 100%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래저래 창업은 ‘정말’ 미친 짓이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