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누가 유리할까…최대 관건은 `자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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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와 STX가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류영상 SKT 사업개발실 팀장(왼쪽)과 이호남 STX 전략기획실 상무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크레딧스위스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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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 인수합병(M&A) 이슈의 하나인 하이닉스 인수전이 SK텔레콤과 STX 2파전으로 굳어졌다.

 다만 반도체 경기변동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데다가 인수 후 시너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로 아직까지 매각을 낙관하기 이른 상황이다.

 ◇재계 서열 바뀐다=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이하 채권단)는 지난 8일 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이후 심사단을 구성해 두 기업에 대한 입찰 참여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게 된다. 8월말 본 입찰을 실시한 후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 계약 체결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두 기업 모두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SK그룹은 내부적으로 본 입찰 참여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SK그룹은 지난 2년간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해왔으며 SK그룹 최고위층에서 인수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STX는 “여러가지 검증할 것이 남아있어 인수를 단정지을 수 없다”며 외견상으로는 유보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벌써 STX유럽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자회사 STX OSV 보유 지분 18.27%를 팔아 약 2500억원의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자산규모 99조원인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자산이 115조7170억원으로 늘어나 재계순위 2위인 현대차(127조원)를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STX는 자산이 22조2400억원에서 38조3840억원으로 늘어나 기업집단 순위가 14위에서 9위로 단박에 뛰어오른다.

 ◇관건은 ‘자금력’=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M&A인 점을 감안,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자금은 물론이고 만에 하나 경기 악화를 대비한 자금 수혈 능력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 자금은 2조5000억~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의 최근 반도체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매년 설비 투자비로 3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자금력만 놓고 볼때 인수 당사자로 나선 SK텔레콤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3월 말 기준으로 현금 1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잉여현금 흐름도 1조4000억원에 달한다. STX는 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어 이를 일부 매각하고 중동 펀드를 유치해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인수 후 시설투자비 지원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력이 풍부한 SKT에 무게감이 실린다. SKT와 STX 측은 “최근 하이닉스는 자체 이익금으로 설비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어 인수 이후에도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낙관’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전격적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반도체 경기 악화시에 투입될 추가 투자금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향후 10년간 최대 60조원이 투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때 필요한 투자로, 2위를 유지하는 데는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필요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동펀드 ‘변수’=STX는 인수 자금의 절반을 중동 아부다비 투자청 산하 펀드를 유치해 재무적투자가(FI)로 영입키로 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는 ‘중동펀드 경계령’이 부상하고 있다. 아부다비 투자청 산하 국영기술회사인 ATIC는 70억 달러를 투입, AMD 제조부문, 차터드 등을 인수해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하이닉스를 직접 방문, 메모리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력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STX에 투자키로 한 아부다비 투자청 산하 펀드가 ATIC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단순 재무투자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 전문가는 “중동펀드는 조선과 반도체 업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우선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가 이후 지분추가 확보 등을 통해 직접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기업 분석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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