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코 순방]글로벌 원전 주역으로..첨단산업·과기 협력까지 100년 동맹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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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체코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체코가 100년 동맹을 통해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으로 발돋움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가와의 원전 동맹도 가속화한다. 원전 수출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됐던 국내 원전 산업의 부활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와 우리 경제계와 체코 경제계도 힘을 보탰다.

◇원전 르네상스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체코 등 세계 25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을 3배 확대하겠다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실현, 지정학적 리스크와 안보 위협 해소 등을 위해 세계 각국은 원전에 주목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많은 나라들이 첨단 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중립 달성, 에너지안보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원전 확대가 1석3조의 해답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라는 것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큰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체코 역시 이번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과 테멜린 원전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했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가 없다. 탄소중립, 청정에너지를 원하면 원전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이 없다”고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알라 총리도 “원자력 기술은 체코 환경에서 가장 좋은,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원자력 발전소 없이는 체코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내에서 원전 신규 건설을 검토하는 나라는 영국과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이 대표적이다. 체코는 우리나라와 이들 나라 원전 건설에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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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오른쪽부터 얀 라파이 체코산업연맹 회장,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원전 동맹

우리나라와 체코는 윤 대통령의 이번 공식방문을 계기로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에 서명했다. 원전 설계와 운영, 핵연료, 방폐물 관리 등 원전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부문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담았다. 윤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와 이를 지켜본 뒤 “원전 협력을 계기로 한국과 체코는 세계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미래 주역이 될 것”이라며 체코와의 원전 동맹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원전 동맹은 원전의 건설, 운영,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양국이 협력을 추진하겠단 의미다. 장기간에 걸친 포괄적인 원전 협력을 통해 양국 협력의 지평이 다른 전략산업 분야로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원자력 안보·경제 동맹 구축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함께 글로벌 원전 시장에 동반 진출하기 위한 '글로벌 원전 동맹'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1차장은 “한미 글로벌 원전동맹은 양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해 고효율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을 매개로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 함께 진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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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성 제1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며 목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넘어 첨단산업·과기동맹으로

양국 정부와 기관, 기업은 윤 대통령의 이번 체코 공식방문을 계기로 △원전 분야 19건 △경제 분야 6건 △첨단산업·기술 분야 19건 △수소 분야 3건 △인프라 분야 7건 △기타 2건 등 총 56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하며 교역 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 중 경제계는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을 통해 첨단산업·수소·원전·인프라 분야 14개 MOU를 체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양국 경제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열린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포럼 중 최대 규모 행사였다.

대한상의는 체코상의와 체코산업연맹와 각각 '비즈니스 교류 및 협력기반 강화' '정보공유, 연락채널 개설 등 양국간 경제관계 강화 촉진'을 골자로 한 MOU를 맺었다. 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과 전자기술연구원(KETI)은 체코배터리클러스터(CBC) 브르노공대와 배터리 분야 공동R&D, 인력양성 등 협력을, 오스트라바공대와는 자율주행, V2G, V2X, 인공지능 분야 등에 대한 연구협력, 협력센터 구축 검토 등의 MOU를 체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브르노공대와 철강업 내 냉각·에너지절감 및 이차전지 리튬 관련 기술협력 MOU를, 현대차는 스코다일렉트릭과 수소발전 도모 및 모빌리티를 위한 에너지 고효율 솔루션 협력 MOU에 합의했다. 또 현대로템은 스코다트랜스포테이션과 체코 고속철도 및 글로벌 전기기관차 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체코와의 원전 분야 협력 모멘텀을 첨단산업, 과학기술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도 “원전을 함께 짓는다는 것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한 단계 도약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첨단산업과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체코 현지 철도 인프라 구축 △공동 R&D 규모 10년간 3700만달러로 증액 △공동 R&D 분야 우주항공, 원자력에너지, AI-디지털, 양자과학기술 등으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뇌질환 관련 연구와 생체전자소재, 초강력 레이저 응용기술, 의료 AI, AI 반도체 관련 소재,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차세대 원자로 노형 등의 R&D를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양자과학기술 분야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양자재료, 센서, 양자 암호통신을 비롯해 체코가 강점을 보유한 물리학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