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기업들이 도심에 있는 큰 사무실을 임차하기 시작하면서 주요 도심 공실률이 크게 줄었다. 주요 IT기업의 도심 대형 사무실 임차 확대는 자영업자 증가에 따른 소형 임차 증가와는 차원이 다른, 본격적 경기 회복 신호라는 분석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부동산 조사기관 레이스가 미국 내 79개 주요 대도시를 조사한 결과, 올 2분기에만 40개가 넘는 대도시에서 사무실 공실률이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전미 ‘순 임차’ 면적도 2분기 플러스로 전환됐다. 전년 동기 대비 사무실 임차 수요가 공급을 약 370만제곱피트가량 초과한 것. 지난해 순 임차 면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약 2000만제곱피트 규모의 사무실이 ‘텅 빈’ 채로 입주자를 기다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존닷컴은 지난 3월 시애틀 시내에 위치한 36층짜리 건물을 임차했다. 직원을 대거 채용하면서 흩어져 있던 사무실을 하나로 합친 것.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그루폰 역시 지난 6월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위치한 4만제곱피트 빌딩을 임차했다. 이는 본사보다 3배가량 넓다.
임차 수요가 많은 도시는 뉴욕, 보스턴, 그리고 새너제이 등이다. 뉴욕은 최근 미디어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회계 관련 서비스 기업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보스턴은 첨단 IT기업과 생명공학 기업이 이주 중이다. 오스틴 역시 IT기업의 입주 수요가 강하다.
부동산 회사인 블랙스톤 그룹의 프랭크 코헨 이사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IT기업이 직원을 늘려 더 큰 사무실로 이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맨해튼은 지난해 연초 대비 30%가량 임차 수요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도시에서 임차 수요가 늘면서 임차료도 대폭 상승 중이다. 부동산 조사기관인 존스 랑 라살레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분기에만 제곱피트당 19%가 올라 40.6달러에 육박했다. 지난 4년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부동산 개발 기업인 어번 르네상스 그룹의 패트릭 칼라한 회장은 “대형 IT기업들이 건물을 임차하면서 사무실 공실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 회복의 첫 신호”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상업 자산운용 서비스 기업인 CBG 아시 만수르 회장은 “올해는 대형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서비스업까지 뒤따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T업계의 새로운 둥지로 떠오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는 은행 관련 서비스가 20% 증가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