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쉽게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기, 혹은 식기 세척기에 공통으로 쓰이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전 세계 엘리베이터와 환풍기에도 사용된다. 산업현장에서는 기계·펌프·팬·컨베이어를 작동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전기 전동기’ 또는 ‘전기 모터’라 불리는 이 제품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모터 즉, 전동기(이하 모터)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이다. 국제 에너지기구(IEA)의 연구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45%를 모터가 차지하고, 조명이 19%로 두 번째로 전력 소모가 많다. 놀랄 만한 수치다. 세계 각지에서 사용되는 모터는 60초 만에 대한민국 3170가구가 1년 간 사용하는 전기를 소모한다.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전력으로는 전기 모터를 1년간 작동시키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기 모터의 에너지 소비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 분석한 IEA 자료를 통해 모터 전기소비를 줄 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지 놀랄 만한 사실을 설명해봤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모터는 부피가 크고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굳이 작동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전체 모터의 전력 소비량을 20~30%가량 절약한다면, 전 세계 전력소비를 9~14% 줄일 수 있다.
혹자는 모터 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쉽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화가 어렵다고 한다. IEA는 모터 시스템 효율화의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난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경제 분석기관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3년 이상 동안 자산·공장·장비 등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제조업계는 투자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명확한 재정적 사례 부족, 자금문제 그리고 효율성 향상에 대해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 부족을 꼽았다.
산업분야에서 전기소비의 3분의 2를 모터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산업계에서는 모터 구입비의 7배에 달하는 비용을 매년 모터 전기료로 지불하고 있다는 이 놀라운 사실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에너지 효율 인식을 더욱 더 높이기 위해 IEA 연구 보고서가 사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독립적인 측정과 분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에너지 및 기후 논의에 있던 차이를 확실한 사실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줄여나갈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중국과 같이 정책 입안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노력한 나라에서는 효율 레벨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있다. 이를 보더라도 정책 입안자가 전기 모터와 관련해 얼마나 잠재적으로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지 그 가능성을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6월 16일을 기점으로 유럽에서는 모터 효율향상에 대한 측정을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해마다 135TWh를 절약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135TWh는 22개의 원자로가 생산하는 양과 맞먹으며 현재 전기사용료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연간 최소 120억유로(약 18조원)를 절약할 수 있음을 뜻한다.
독일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원전 폐쇄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 방법을 통해 보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보다 유럽이 전력 수급난에 직면하지 않고 더 유럽 경제가 계속적으로 더욱 성장하도록 돕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모터의 중요성은 일반 용어에서도 이미 무의식적으로 투영돼 있다. 국가 혹은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하고자 할 때 성장 ‘동력(Motor)’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경제에서 모터가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IEA 조사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에너지 및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터 효율을 높이는 것을 우리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할 때다.
조 호간 ABB그룹 CEO media.relations@ch.ab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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