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남의 세일즈2.0](2)영업의 미래 `컨설턴트형 세일즈`

  세일즈2.0시대 세일즈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이미 지난 1회에서 세일즈2.0시대에 세일즈맨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나 덕목이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 자사 제품을 거래처에 인맥과 가격을 통해 팔던 세일즈1.0시대는 갔으며 과거 세일즈로는 점점 복잡해가는 세일즈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모든 회사가 대동소이한 제품을 만들고 인터넷과 가격비교 사이트로 모든 정보를 공유해 세일즈맨 역할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앞으로는 세일즈맨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될 날이 온다. 보험 세일즈라는 말이 사라졌듯이. 이제 보험 세일즈는 ‘파이낸셜 컨설턴트(Financial Consultant)’로 불린다. 내가 아는 대기업의 런던주재원, 그는 지금 FC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다. 머잖아 우리 세일즈는 ‘바잉 컨설턴트(Buying Consultant)’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닐 것이다.

  역할과 특성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들이 거래선의 구매 담당을 자문해주기 위해서는 우리 세일즈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 회사에서 경영 컨설팅을 받아본 사람은 컨설턴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이고 역량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우선 그들은 현상을 파악한다. 현상 파악에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사의 많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동원한다. 다른 회사 컨설팅 결과도 참조한다. 물론 객관적인 솔루션을 제시하지만 세일즈는 당연히 자사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사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지만 어차피 거래처가 결정한다. 이런 의미에서 접근 방식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컨설턴트형 세일즈는 우선 거래처의 구매, 생산, 판매, 물류, 연구 등 모든 기능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기능별 문제와 예상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거래처에 충분한 가치를 줄수 있는 자사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 솔루션이 없다면 사내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거래처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솔루션을 찾고 있는 케이스고 다른 하나는 솔루션을 찾고 있지 않는 케이스다. 전자의 경우 이미 거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솔루션이 자사에 있으면 기회가 있지만 역시 많은 경쟁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아직 관심을 안가지고 있는 경우는 솔루션을 제시하기 어렵고 설득을 요하는 작업이다.

 통계에 따르면 후자와 같이 거래처가 아직 인지를 못하고 있거나 관심을 덜 가지는 문제에 도전하는 경우, 성공 확률이 90%까지 높아진다. 키스 이즈가 쓴 ‘솔루션 셀링’이라는 책에서는 세일즈의 좌경화가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즉 거래처의 구매 의사결정 가장 앞 단계 즉 왼쪽부터 세일즈가 관여하기 시작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자사 제품으로 사양이 확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경쟁사는 초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아 따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 우리 세일즈는 거래처의 현재 문제는 물론 잠재 문제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문제를 미리 알고, 솔루션을 미리 준비해줄 수 있는 세일즈야 말로 컨설턴트형 세일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본인 자체가 산업 전반에 대해 많이 알고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거래처가 여러분을 만나기를 항상 기대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만나려면 거래처 반응이 어떤지. “아, 저 친구를 만나서 이런 것 좀 물어봐야지. 사실 요즘 내가 이런 문제로 고민 중 인데 혹시 아이디어 없는지.” 이렇게 거래처가 당신에게 전화를 할 수 있게끔 실력을 쌓아야 한다. 기존 1.0시대 덕목이었던 말 잘하고 친화력 있고 술 잘 먹고 이런 덕목은 이제 기본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아니다. 박사 학위만 없지 해당 분야에서는 박사급 수준이어야 하고 거래처의 문제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복잡하게 포장해 BC(Buying Consultant)라는 말을 썼지만 쉽게 말하면 거래처가 여러분에게 자주 전화하고 당신의 조언을 구하는 그런 세일즈맨이 되야야 한다. 여러분은 이제 BC다.

 페어차일드 전무(kn.kim@fairchild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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