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TV서비스 경쟁, 소비자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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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천

  우리나라 방송시장은 최근 변화의 가속도를 더해 가고 있다. 1980년대 본격적인 컬러 방송이 시작된 이래 고화질의 LCD·LED에서 3차원(D) 와이드TV로 진화하고 있으며, 방송은 공중파 방송에서 케이블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디지털위성TV를 거쳐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IPTV로까지 급속히 진화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융합이 가져온 변화 속에서 시청자는 과거의 수동적 수용자에서 탈피해 다양한 채널의 선택권을 가지며, 원하는 콘텐츠를 시간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능동적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TV서비스도 방송사가 일방향으로 제공하던 ‘스케줄’ 기반 서비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비자가 자신의 기대와 욕구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해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메뉴’ 기반 서비스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화질의 실시간 채널, 프리미엄 VOD(주문형비디오), 3D 영상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필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용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 행사는 방송시장을 변모시키고 있다. 방송시장은 이제 기존 방송사업자만의 각축장이 아니라 삼성, LG 등 TV제조사와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IT서비스업체까지 ‘스마트TV’라는 서비스를 내세워 TV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TV는 TV라는 단말기 안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얻기 위해, 방송시장은 TV를 뛰어넘어 모바일 기기로 이어지는 소위 ‘N-스크린(SCREEN)’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방송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열자, 방송시장은 누가 협력자이고 누가 경쟁자인지 경계가 불분명한 전방위 각축장이 됐다. 방송시장의 이 같은 변화는 어느 사업자에게나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변화가 없었다면 좋았을 사업자가 있겠지만 변화는 그 어느 방송사업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찾아왔다. 모든 사업자에게 분명한 것은 메뉴서비스로 상징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위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소비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느냐가 방송사업자들 간 경쟁의 본질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KT와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OTS(Olleh TV Skylife)’는 융합트렌드의 대표적 사례로 관심을 끌고 있다. OTS는 시청자의 콘텐츠 니즈 선택권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브리드’ 서비스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위성방송의 실시간 채널과 IPTV의 VOD 및 양방향 서비스를 결합한 TV서비스로 세계적으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에서 케이블, 위성, 지상파 등 다양한 결합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각국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반면 경쟁사업자인 케이블TV는 불편해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가 OTS의 상품판매중지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케이블TV업계가 소비자 선택의 문제를 규제당국에 가져간 것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더구나 OT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1년 넘게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온 상품이다.

 미디어 기업의 성패는 경쟁상품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혁신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는 본질의 승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메뉴’ 기반 서비스 시대를 맞이하는 미디어 기업의 올바른 시장 전략이다. 시장을 지켜보는 소비자의 입장도, 그 권리를 보호해야 할 규제기관의 입장도 이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안대천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dan@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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