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기요금현실화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폭이 클 것이다.”
지난 11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말이다. 전기요금현실화 관련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차등 인상이라는 대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는 ㎾h당 76.63원, 주택용 전기 119.85원에 비해 30%가량 낮았다. 반면에 산업 현장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2326억7200만㎾h로 국가 총 전력소비 중 53.6%를 차지했다. 농업용·심야용 다음으로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사용량은 다른 곳을 압도하고 있는 것. 현재 전력시장 적자구조의 주된 원인이 산업용 전기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산업용 전기로 생긴 구멍을 일반 국민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이처럼 낮은 것은 1970~80년대 제조·제철 중심의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의 편의를 봐주면서다. 산업계에 대한 전기요금 혜택은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일이지만 국내는 그 좀 더 후한 편이다. OECD 평균과 비교해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덕분에 국내 기업들은 같은 재료와 같은 기술로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해외기업 대비 가격적 우위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들이 한강의 기적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사용한 산업용 전기는 사실상 특혜에 가깝다. 항시 일정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전압이 고른 고급전기를 값싸게 공급받다보니 전기절약을 위한 관련설비 투자도 등한시 해왔다. 오늘날 정부가 산업용 전기 인상폭을 높게 가져가려 하는 것도 주택용과의 공정성과 함께 산업계의 전기절약 노력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대기업들은 이번 전기요금현실화를 더 이상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산업용 전기를 인상하면 산업 성장에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껏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성장한 산업분류가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명분은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 산업용 전기 적용대상은 광업·제조업 등으로 우리가 흔히 IT산업이라고 일컫는 지식기반산업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대규모 제조라인을 보유한 대기업들과 달리 IT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들에 산업용 전기는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전기요금현실화와 함께 형평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과 기업,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전기요금 균형 측면에서 산업용 전기 개편은 정부가 외치고 있는 대중소 상생과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첫 단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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