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재정규모는 35조원이다. 지난 2007년 25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5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처럼 해마다 커지는 재정규모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시스템이 절실했다. 지금까지는 수작업으로 엑셀파일에다 관리해 왔다. 하지만 건보공단의 재정은 대국민 의료보험료의 수가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엇보다 위험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엑셀파일에 의존하기엔 한계가 많았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난 2007년 공공기관 최초로 재정위험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지표화해 재정 요인의 변화 추이들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파악된 재정위험에 대해 선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07년부터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후 본격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관련 시스템 구축은 코리아엑스퍼트가 맡았다.
정명수 건보공단 재정관리실 차장은 “건강보험료 수입과 급여비 지출의 불균형으로 재정 적자요인이 계속 증가하는 등 재정위험에 대한 대응기능이 필요해 도입하게 됐다”며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재정위험의 사전적 예방과 사후적 대응관리를 동시에 하고자했다”고 구축 배경을 설명했다.
◇3단계에 거쳐 시스템 진화=건보공단의 재정위험관리시스템은 2007년부터 3단계에 거쳐 완성됐다. 1단계는 시스템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였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컨설팅과 업무 분석 작업, 시스템 구축 작업 등이 함께 이뤄졌다.
1단계 핵심은 재정요인에 대한 데이터 마트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건보공단은 재정수지요인으로 982개를 등록했고, 이를 가입자, 보험료, 급여비 등 주제별로 재정요인을 총 21개 마트에 분리 저장했다. 이로써 재정 변동사항에 대해 주제별로 분석 자료를 유용하게 추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재정수지 상황에 따라 위험 구간별로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도 1단계에 구축했다.
이어 2009년 3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시스템 고도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 시기가 2단계다. 재정수지요인을 982개에서 1004개로 확대 등록했고, 이렇게 산출된 재정지표들을 임원정보시스템(EIS)와 연계해 경영진들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지역본부까지 확대 적용했다.
지난해 추진된 3단계 사업으로 건보공단은 재정위험관리시스템의 모니터링과 분석기능을 보강했다. 약품비, 만성질환, 의료인력 등 상세 분석 기능을 강화했다. 또 자금운용 등 재정관리를 위한 일·월간 재정수지 예측시스템도 추가 구현했다.
◇참조사례 없어 시행착오 ‘불가피’=건보공단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재정위험’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재정위험 요인들을 관리하기 위해선 우선 재정위험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했다.
정 차장은 “무엇이 보험재정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이에 대한 기준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자들간 의견이 너무 달라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여러 차례의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보험급여비에 대한 지급여력정도 △재정계획 대비 기준이상의 변동을 재정수지의 위험기준으로 정의 내렸다.
데이터 정합성도 문제시됐다. 재정위험관리시스템 이후에 구축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과 연계하면서 일부 데이터가 상이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데이터 정합성 확보를 위해 매월 5일경 데이터웨어하우스(DW)에 업로드된 이전 3개월의 결산 결과를 시스템에 다시 소급 연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사실상 일반 민간 기업에서는 전사위험관리시스템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분야에 특화된 위험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공공기관에서는 더욱이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벤치마킹할 기업 및 기관이 없었던 점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정 차장은 “일반 기업에서 운영하는 전사위험관리 체계를 적용하기에는 업무적 특성상 한계가 많았다”며 “위험관리시스템을 EIS와 연계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기술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위험요인 선제 대응 가능해져=건보공단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아직 운영한지 얼마되지 않어 정량적인 효과를 산출하긴 힘들지만 가시적인 성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건보공단측은 밝혔다. 이들은 건강보험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요인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재정의 주요변화를 빠르게 포착, 선제 대응할 수 있게된 것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이와 함께 일별, 주간별, 월별 등 주기별로 재정상황 및 재정예측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대대적인 변화로 평가했다. 공신력이 확보된 재정예측자료들을 관련 이해당사자에게 공개함으로써 공단의 신뢰도도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건보공단은 다양한 분석 자료들을 정책자료로도 활용하고 있다.
장 차장은 “지역본부와 지사별 재정관리도 가능해져 본부와 지역본부간 연계 모니터링이 가능해 졌다”며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전사적 재정위험관리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재정관련 부서 7군데에서 모두 참여해 만든 ‘합작품’이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건보공단은 향후 4단계 사업으로 시스템 추세전망부분과 조기경보 기능을 보다 정교화할 계획이다.
<그림>단계별 재정수지위험관리시스템 구축 현황
시스템 필요성 인식(2007년 이전)정보화 계획 수립
시스템 기반 구축(2007년1월~2009년 2월)1단계 기반 구축
시스템 활용성 제고 및 분석 기반 강화(2009년 3월~12월)2단계 고도화
분석력 강화 및 일간예측, 재정대책 관리(2010년 10월~12월)3단계 실용화
분석장표 : 약 10종재정요인 982개, 기반 구축(실무 활용에 미흡)
분석장표 : 약 50종재정요인 지표 고도화, 모니터링·분석장표, 재정판단정보 EIS 제공
분석장표 : 약 90종상세 분석 장요 추가, 월간 수지예측, 재정안정대책 관리
개발완료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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