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내리는 봄비마저도 반갑게 여겨지지 않는 요즘이다. 이맘때면 날아오는 황사에 더해 방사성 물질까지 섞여있을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비록 안전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떨어지는 봄비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바로 지난 3월 일본 동북부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이로 인한 원전사고의 공포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대비되었을 원전마저도 한 순간에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자연재해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음을 안도하면서 봄비나 걱정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재난 대비가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부족한 점을 찾아 충분히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재난을 긴급하게 전파하고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재난통신에 대한 점검과 확충은 선행되어야 할 요건들 중 하나이다. 재난통신은 지진, 해일,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국지적 테러와 같은 인위적인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통신위성 ‘천리안’이 지난 4월 18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재난위성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6월에 발사된 천리안 위성은 서비스 개시를 위한 제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천리안 위성은 기상청, 소방방재청 등에 실시간 지진 관측이나 해양 기상관측 정보들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재난현장 영상을 전송하는 등 비상통신망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행안부를 중심으로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의 구축을 준비해 오고 있는데 기술적 검토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일본의 재난으로 조속한 구축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우리의 실정에 가장 적합한 기술과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재난통신망 구축과 병행하여 신속한 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심각한 재해의 경우 대부분의 통신수단들이 두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래픽 폭주를 제어할 수 있고 신속한 네트워크 복구가 가능한 구조로 통신 시스템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지진에서도 네트워크의 파손과 더불어 트래픽이 폭주하여 유무선 통신망이 마비되자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통신사들은 무선 인터넷망을 완전히 개방하고 시내 전역의 공중전화를 무료로 개방하는 긴급 조치를 취했던 바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같은 대체통신 수단의 활용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 서비스가 이번 일본 지진 참사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며, 재난 피해에 대한 신고 기능을 SNS를 통해 수행한다면 이 또한 대체 통신으로서의 역할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우리나라도 크고 작은 자연재해와 재난이 있어 왔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통신 인프라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재해는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다양한 재해 시나리오별로 피해복구와 인명구조에 필요한 통신 수단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울러, IT 강국에 걸맞는 재난 통신망의 구축과 다양한 망 확충을 위해 노력중인 통신사들에게 적절한 환경조성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
설정선 KTOA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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