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서울에서 이 말이 가장 실감나는 곳이라면 바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가 아닐까 한다. 단지 곳곳에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의 화사함만큼 서울디지털단지도 피어나고 있다.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새롭게 출발한 지 10년이 흘렀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실제로 ‘천지개벽’했다. 단층 공장 일색이던 이곳은 10년만에 IT벤처 1만개사, 12만명의 청년 일자리를 갖춘 첨단 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오래된 공단이 자생적으로 구조고도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눈부신 변화상을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주 찾아보는 명소가 되었다.
산업단지를 가득 메운 지식산업센터와 출퇴근길을 분주히 오가는 청년들 사이를 걷노라면 덩달아 젊음과 활력이 솟는 걸 느낄 수 있다.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 서울디지털단지의 미래도 지금처럼 희망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안서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지금이 성장의 정점에 도달해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신호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산업단지에 기업이 더 들어올 공간은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수출의 다리’를 중심으로 교통난도 가중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애플, HP, 시스타의 에릭슨과 같이 중소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대기업이 거의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강점이었던 세제 혜택과 낮은 임대료도 더 이상 매력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판교와 상암, 수원 광교 등지에 이에 못지않은 혜택과 시설을 갖춘 첨단산업공간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주기업들 중에는 더 나은 입지공간을 찾아 떠나는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족한 지원기능을 보완하는 노력이다. 지방의 산업단지에 비하면 훨씬 나은 여건이긴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교육, 문화, 여가, 복지기능을 확충해 젊은 인력들이 산업단지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단지에 대학이 입주해 산업과 교육이 현장에서 융합되는 것도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의미있는 시도다. 산업단지의 토지이용을 효율화하는 묘책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궤도에 맞추어 지원서비스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요즘 기업들은 입지공간 그 이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이나 마케팅, 수출 등과 같은 분야에서 효과적인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었느냐 여부가 입지를 선택하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활발한 산학연 네트워크 협력이나 지방 제조업과의 교류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책들을 현실화함으로서 기업이 서울디지털단지에 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성공과 번영만 보고 미래도 영원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릴 때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실천하느냐는 것이다. 서울디지털단지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십 수년전 정부와 입주기업, 학계와 관리기관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대비한 덕분에 오늘날의 재도약도 가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서울디지털단지의 먼 장래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bongkp@kico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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