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과 농협 사태로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금융의 효시인 은행은 중세시대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무역도시의 환전상이 그 출발점이 됐다. 환전상들은 ‘뱅코(banko)’라는 작은 탁자를 하나 놓고 신용장을 취급했다. 은행을 가르키는 ‘뱅크(bank)’라는 용어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예금자들은 돈을 맡기는 대신 증서를 받아갔는데, 가끔 환전상에게 돈이 없어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화가 난 예금주들은 이 때 작은 탁자 ‘뱅코’를 부셔버리는 일도 일어났다. 파산을 가르키는 단어 ‘bankruptcy’도 여기서 시작됐다.
한자어 ‘은행(銀行)’은 중국의 상인 길드인 ‘행(行)’이 원거리 무역에 ‘은(銀)’을 사용했는데, 이들이 금융업의 주체가 되면서 ‘은행’이 널리 쓰이게 됐다.
초창기 줄곧 파산하던 은행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엔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고객의 신뢰를 꾸준히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떼일 위험이 없고, 언제든지 요구하면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은행을 통해 돈이 모이고, 이 돈이 산업에 투자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기까지 은행이라는 ‘발명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농협 전산장애 문제는 ‘금융권 보안불감증’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다. 해킹과 같은 테크놀로러지 문제를 떠나 은행의 근간인 신용이 무너지면서 ‘은행의 존재 이유’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협은 이번 전산장애로 고객거래 내역을 담은 원장 데이터를 일부 손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장 데이터가 손실되면 ‘고객이 맡긴 돈에 대한 지급·결제보장’이라는 은행의 근간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보안 투자를 투자대비효과(ROI) 관점에서 접근해온 것이 사실이다. 1%의 허점이 ‘파산(bankruptcy)’을 불러올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장지영 정보통신담당 차장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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