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축 전염병과 과학기술 그리고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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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구제역이 재발했다는 소식에 축산농가도 소비자도 다시 어수선하다. 지난해 말부터 3개월여 동안 전국을 뒤흔들었던 구제역의 피해액은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피해 규모를 볼 때 가축 전염병을 과학적 방법으로 예방·관리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매우 절실하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농식품부의 구제역과 직결된 정부 R&D 투자 실적은 수의과학검역원 16억원(7건), 농진청 3억원(3건), 민간연구 지원 4억원(2건) 등 23억원(12건)에 불과하다. 이들 12건의 연구 주제도 대부분 진단과 백신 분야의 기초·탐색이다. 구제역과 관련된 주제의 정부 R&D 투자는 모두 합쳐 83억원으로 연평균 16억원을 조금 넘는다. 같은 기간 전체 가축 전염병 관련 R&D 투자는 473억원(연평균 95억원)이었다.

 우리나라의 이런 투자 규모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전체 R&D 규모의 차이를 고려해도 매우 초라하다. 미국 농무부(USDA) 연구기관인 농업연구청의 올해 가축질병 관련 R&D 예산은 8300만달러(약 905억원)다. 영국의 대표적 수의과학 연구·검역·자문기구인 수의연구청(VLA)의 2009~2010 회계연도 R&D 예산도 2300만파운드(약 409억원)다. 각각 우리나라의 9배, 4배를 넘는다.

 고위험성 가축전염병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정부가 가축 전염병 예방·관리 관련 R&D 투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금액으로 산출되지 않는 소비자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구제역, 방사성물질 오염, 지진, 쓰나미 등 국가적 재난·재해에 과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담 특별위원회를 꾸린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갈수록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구제역 등과 같은 가축 전염병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후약방문 같은 처방을 피하는 방법은 철저히 기획된 사전 준비뿐이다. 진단 및 백신개발 영역 외에 검역, 진단, 방역, 확산 방지, 사후 관리 등 전 주기에 걸쳐 가축 전염병 예방·관리 관련 정부 R&D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앞선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상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공복지사업실장 shlee@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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