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중 10개 기업이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까지 2개에 불과했던 2000억원대 업체 수가 5배나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국산 장비업체들이 꾸준한 사업 다각화와 수출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 지속 성장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11일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장비업체는 세메스, 주성엔지니어링, 에스에프에이를 비롯해 총 1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지난 2009년 연매출 2000억원을 넘은 국내 장비업체는 세메스와 에스에프에이,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산 장비업체들의 실적 호조는 소자 업체들의 투자 확대라는 외적 요인과 함께 사업 다각화, 해외 수출 확대 등 내적인 노력들이 결실을 거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삼성 계열사인 세메스가 7620억원의 매출로 전년(3155억원)보다 두배 이상 큰 폭으로 성장하며, 업계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활발한 설비 투자에 힘입어 반도체용 세정 및 현상장비와 LCD용 에처 등의 공급이 크게 늘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LCD 및 반도체에 이어 태양광 장비가 주력 사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으면서, 전년(1700억원)보다 두배 이상 성장한 42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중국 등의 태양광 장비 턴키 수주가 이어지며, 이 부문 매출(1882억원)이 과반에 육박했다.
국내 장비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한 것도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에스에프에이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34%(1428억원)로 전년보다 20%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08년부터 해외 수출 전담 조직을 만들고 꾸준히 해외 시장을 노크해 왔다. 이 외에 아토·아이피에스 합병법인인 원익아이피에스, 디엠에스, 케이씨텍, 아바코, 에버테크노, 참엔지니어링, 이오테크닉스 등도 나란히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국산화 비중이 높은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반도체, LCD 업체들의 활발한 설비 투자와 함께 태양광 장비 등 신사업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장비업체들의 규모가 커졌다”며 “반짝 실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 수혈 및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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