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심은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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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말에는 솔직히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금성사(지금의 LG전자)가 소니, 캐논, 후지쓰 등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들 보다 앞서 나가리라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의 삼성전자나 금성사는 일본 기업들의 기술을 어깨 넘어 배워야 했고 지금 중국이 그러듯이 남의 기술의 슬쩍하기도 했고 기술이전을 위해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불과 30년 남짓 짧은 기간 동안 정말 천지개벽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제경쟁력은 TV, 냉장고에서부터 반도체 메모리, LCD/LED 패널, 3D TV,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세계 시장에 우뚝섰다.

 이들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경영인이나 경영학자의 시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경영인의 예지와 과감한 투자, 탁월한 경영능력과 관리능력, 모든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그 성공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정치인이나 행정관료의 시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세계적으로 성장하기까지 이들 기업에 대한 각종 행·재정 지원과 특혜 및 친기업적인 풍토조성 등이 주요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모두가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이들 기업의 성공, 나아가서 한국의 경제발전 기적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 1980년대 초반,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시작했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고 또 이끌고 있는 진대제, 황창규, 조수인, 정철희, 정세웅 박사는 당시 한국 최고의 엘리트들이었다. 또, 한국의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기계공학, 조선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건축·토목공학을 전공했고, 이들이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조선산업, 철강산업, 건설산업을 주도하며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반면에, 30년 전부터 일본의 우수한 젊은이들은 힘들지 않게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는 의학과 법학을 선호하고 힘들고 보상이 적은 공학은 외면해 왔다. 필자가 볼 때는 오늘날 한국기업들과 일본기업들과의 승패는 이미 30년 전에 결정되었다.

 작금의 우리나라 교육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사교육비니 학교붕괴니 하는 오늘의 교육학적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수 학생들이 공학을 전공하려 하지 않는다. 서울공대나 카이스트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준비를 하거나 사법고시를 준비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작금의 문제를 대학의 문제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공학의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미국 MIT 대학 예산의 1/10도 못쓰면서 MIT 보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쥐꼬리만 하다. ‘심은대로 거둔다’는 옛속담이 새삼 절실해 진다.

 필자가 요즘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작년 국내 신생아가 45만명 쯤 됩니다. 혹시 작년에 중국에서 몇 명쯤 태어났을 것 같습니까?” 필자의 기습적인 질문을 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머뭇거린다. 솔직히 필자도 발표된 중국 인구통계가 없어 잘 모른다. 다만 예측컨대, 2500~3000 만명 일 것이다. 또 현재도 중국의 많은 우수 인재들이 공학을 전공하고자 한다. 30년만에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던 것처럼, 30년 후에 중국에 뒤쳐질까 우려가 된다.

 심은대로 거둔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공학, 특히 전자,전기,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겠다고 나서도록 여건을 만들고,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지를 모아야 하겠다. 어렵게 쌓아 올인 IT 강국의 위용이 오래오래 가기를 기원해 본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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