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방사능 유출과 이라크 사태가 뉴스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다. 불과 두어 달 전에 만해도 구제역 문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대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만 또 다른 이슈가 생기면 해결을 위해 초점이 옮겨 왔다. 이렇게 하다보니 단기적인 대안은 처리되지만 각종 문제들이 여전히 국가적인 숙제로 남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여기에는 사회 및 국가 인프라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보통신 화두는 융합화, 녹색화 그리고 스마트화일 것이다.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여건에서 정말 꼭 필요한 정책적 슬로건이고 산업과 기술측면에서 새로운 트렌드일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에너지 문제, 자연재난 등의 문제들을 볼 때에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즉시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개발사업을 평가하는 잣대도 상용화 가능성과 기술적인 파급효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세로 우리는 자칫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지도 모른다. 이런 연구개발 생태계에서는 괴짜가 살아나가기 어렵다. 특이하고 튀는 성격을 가진 창조적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기념비가 될 만한 기술은 이러한 소수의 괴짜들이 발명한 것인데도 말이다. 일본 사태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 내부를 탐지하는 로봇, 국가중요시스템에 대한 보안 시스템, 지진 예보 시스템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정보보호, 재난 안전망, 국가인프라, 개인정보보호, 의료서비스 기반, 복지 등 중장기적인 체력 보강이 필요한 분야를 소홀히 취급하기 쉽다. 국가적인 측면에서 큰 걸음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또 다른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사람은 누구나 돋보이고 싶어 하고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한다. 보편적으로 이종 기술간의 통합에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융합화와 녹색화에 있어서도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에 필요하다. 기반이 되는 분야를 먼저 잘 하고 이러한 기술들이 목적에 맞게 융합하든지 녹색화될 수 있도록 통합적인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융합화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 당사자간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고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30년 후에는 꿈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주장한다. 가상과 현실이 조화되고 전세계가 하나로 묶여서 돌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래 정보통신이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가 되는 것에 기여한 바로 그 기술일 리가 없다. 전혀 새로운 아마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의 정보통신 기술일 것이다. 그러면 이 기술은 누가 준비해야 하나. 경쟁적으로 혹은 산업적인 임팩트가 없다고 간과하는 기술들 중에 미래 유력 정보통신기술이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인프라로서의 정보통신과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정보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차세대 네트워크기술이나, 3D 컨텐츠 기술, 차세대 소재기술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정보통신분야에서만은 기술과 정책적 분야 모두에서 포퓰리즘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swsoh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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