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위원장과 두 명의 상임위원을 내정했고, 전체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 가운데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배분·조정권한을 갖게 되는 등 ‘국가과학기술컨트롤타워’로서 큰 틀을 상당부분 갖추게 됐다.
과학기술부가 폐지된 후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 타워 부재에 시달렸던 우리 과학계에 국과위의 출범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반가운 소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문제제기가 되어 온 과기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부처별, 기관별로 R&D를 추진하면서 빚어지는 중복과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우선 국과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최대 과제는 국가 R&D 예산권 확보와 인재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 국과위 관할 예산 범위에 대해서는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다소 진통을 겪었으나, 일단 법제상으로 국과위가 신성장동력·기초·중장기·부처 간 중복 등 중요한 R&D 사업 부분을 모두 관할하는 것으로 정리됨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컨트롤타워’로서 외형을 갖추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향후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배분 조정시 세부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국과위가 주요 국가 R&D사업 부문을 모두 관할하며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과기계와 정부의 당초 취지와는 다소 멀어진 결과여서 아쉬움이 남는다.
부처간 협의를 원활히 이루어낼 수 있도록 국과위 위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신임 위원장이 국가를 위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분명한 위상과 강력한 리더십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문성 있고 뜻있는 그러면서도 의식을 가진 공무원과 민간위원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하다. 민간전문가들의 직접 참여로 전문성이 발휘되고 현장의 의견이 반영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시스템 구축은 국과위에서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이다.
국과위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큰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기획력을 갖춘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분야라는 소규모 차원이 아니라 전 국가적인 R&D체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으며, 부처간 R&D 연계를 강화하고 유사중복을 막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연 역할 정립 및 개편문제는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출연연 개편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일관된 정책과 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로서의 출연연의 방향을 정립하고 본연의 연구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출연연의 정체성과 역할, 운영시스템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한 후 과학기술계의 합의가 담긴 개편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미래 국가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출연연의 임무 재정립, 연구자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 조성과 사기진작을 위한 처우개선 등을 포함하는 출연연구기관의 구조를 선진화하는 것은 행정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출연연의 R&D 질이 떨어지게 되면 국가 과학기술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국과위 출범을 통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종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개발 활동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김명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mkim@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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