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독도를 양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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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다. 꽃샘추위가 가시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우리 집 작은 정원에도 봄이 꿈틀거린다. 겨울잠을 잤던 화초들이 연두색 싹을 조심스레 땅위로 내밀고, 라일락 나무에도 새순이 돋기 시작했다. 20년째 같은 곳에서 보는 장면이지만 또 새롭다. 아, 자연의 신비로움이여!.

 봄과 함께 반가운 손님이 온단다. 미국에 사는 아들이 일시 귀국한다는 봄소식이다. 3년만의 인사 겸 어린애 돌잔치를 겸해서라는데 손자를 안아보면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될까. 대단하다. 씨 한 방울로 새 생명을 연이어 만들며 인류를 번창시키고 넓은 태평양까지도 쉽게 넘나드는 인간의 위대함이라니!.

 위대한 인간은 신비한 자연을 얼마나 알까. 게놈 프로젝트로 생명의 비밀을 이해하고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샅샅이 탐지하는 인간 아닌가.

 그러나 최근 일본의 대지진 관련 뉴스를 연일 접하면서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단과학의 일본이 오랜 시간 땅과 바다가 보냈을법한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 많은 쓰나미 희생자를 내다니 말이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의 경지?, 글쎄다.

 지금 세계적 관심사가 된 원전사고의 위험도 인간의 과욕 때문임에 분명하다. 과학을 빙자하여 스스로 무덤을 파 온 인간이라니!. 환경오염도 모자라 지구를 수십 번 파괴할 핵폭탄을 만든 인류는 시간문제일 뿐 결국 자멸하게 되리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러나 어디 원전뿐이랴. 사실 IT시스템들도 원전과 다를 바 없다. 폭발하면 대 재앙이 온다. 국방과 금융, 통신시스템의 마비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민간 시스템들 내의 카페와 블로그만 막혀도 대 혼란이 예상된다. 만약 개인들의 이메일 정보라도 유출된다면 방사능 유출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리라. 이 경우, 안전거리도 없다. 폭발하면 뿌릴 냉각수도 모른다. 바이러스 백신 정도로 어찌 지진 참사를 막겠는가.

 IT원전들은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혹시 어디에선가 보내오는 위험신호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편의주의에 눈이 어두워 밀려오는 쓰나미도 안 보인다면 큰일인데 말이다. 안전과 보안! 우리, 진도 10.0의 IT지진에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일본 뉴스를 접하는 반응이 흥미롭다. ‘안타깝다’는 물론, ‘하나님의 뜻’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난 늘 ‘얄밉던’ 일본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해줘 고맙고, 과학기술의 한계를 가르쳐줘 고맙고, 미움을 동정과 사랑으로 바꿔줘 고맙고, 무엇보다도 환태평양 지진대의 한반도 방패막이 역할을 해줘 고마웠다. 너무 고마워서 오죽했으면 ‘독도를 양보해?’라는 생각까지 스쳐지나갔을까.

 화사한 봄이건만 일본은 아직 춥다. 이웃인 우리도 마음이 따뜻하진 못하다. 아무쪼록 사태가 잘 복구되고 일본도 꽃향기가 흐르는 봄을 맞이하면 좋겠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이주헌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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