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불타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얼마 전 노키아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의 한 대목이다. 노키아를 불타고 있는 플랫폼에 비유한 이 장문의 메시지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재기의 각오가 담겨 있는 채찍질이었으리라.
거대한 변화의 신호탄이었던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고 만 어느 CEO의 이러한 위기표출은 비단 한 기업에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올해 열린 정보통신 관련 전시회마다 주류를 이루고 눈길을 끈 것은 스마트, 4세대 이동통신(4G), 3D관련 기술들이었다.
4세대 이동통신 기술 중에서도 LTE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에릭슨이나 퀄컴과 같이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다양한 솔루션을 발표하며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LTE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시연해 국내 기술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다양한 미래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 확보 전략”을 마무리했다. 세계 모바일 산업의 변화에 한발 앞서 나갈 채비를 갖춘 것이다.
바야흐로 4G 시대가 시작되면서 펼쳐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영화 한편을 단 9초 만에 전송받는 것은 기본이고 원격의료나 스마트워크와 같은 융합 서비스들 역시 기술적으로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뿐이겠는가. 스마트폰 이후에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서비스가 쏟아졌듯이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지를 상상하면 즐겁다. 스마트 라이프의 일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리라.
이러한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앞서나가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사례에서 보여주었듯이 기술의 우위 보다는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같은 소프트 파워가 승패를 좌우하리라고 본다.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숨은 니즈까지 담아내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일이 성공의 키인 것이다. 결국 창의적인 인재 양성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핵심 사항인 셈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도 다양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정책과 명품인재 양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모바일 전략 등과 같이 미래를 위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렇듯 정부와 공공기관 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 등 보다 많은 분야와 사람들이 소프트파워 충전에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기를 기대한다. 조금 어렵더라도 정보통신산업의 쌀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인력에 투자를 늘리고 장기적인 안목을 키운다면 차세대 모바일 주도권은 그 만큼 더 가까워지리라.
우리는 이미 통신산업에서 혁신을 이뤄낸 바 있다. TDX의 성공에 이어 CDMA 상용화에 성공했고, 와이브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이동통신 강국임을 두 번 세 번 확인해 오지 않았던가. CDMA 기술과 같이 첨단 기술을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이끌어간 드라마를 연출했던 것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그 자체로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이뿐이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스마트폰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킨 저력을 발휘했다. 튼튼한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력이라는 삼박자를 고루 갖춰 다시 한 번 이동통신의 새 미래, 정보통신 강국의 미래를 열어 가자.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kwchung@nip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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