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발리에서 생긴 일

Photo Image

 최근 발리에 다녀왔다.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다가 좋았다. 오랜만에 아내와 정겹게 소통하며 지낼 수 있었던 점도 큰 소득이었다.

 유행어가 된 ‘소통’을 잠시 이야기하려고 한다. 서로 뜻이 통한다는 단순한 말이건만 대통령도 ‘국민과의 소통’을, 사장님도 ‘노사 간 소통’을 새삼 강조하는 세상이 야릇해서다. 예전엔 대화조차 몰랐던가. 여당은 국민소통위원회까지 만들었단다. 캐치프레이즈가 ‘대한민국이 소통하는 그날까지’라나. 웃긴다. ‘여자들이 밥을 사는 그날까지’를 외치는 어느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소통은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이를 재번역하면 통신이다. 물론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컴(Mass Communication)은 신문·방송 등을 일컫는다. 따라서 이름만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KCC)가 우리나라의 소통담당 행정기구인 셈이다. KCC의 위대한 업적 때문일까. 국민과 소통한답시고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애용하는 정치인이 부쩍 늘었다. 역시 웃긴다. 정치나 잘할 일이지!

 알다시피 통신이 가능하려면 유무선 매체는 물론이고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언어와 대화법이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뎀도 필수다. 모뎀 없이는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로 변환되지 않는다. 휴대폰의 경우 양방향 통신모드를 사용해야 하고 좋은 주파수 대역에서 CDMA와 같은 다중화 기술도 필요하다. 물론 전화를 걸어도 상대가 받지 않으면 통화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소통이 부족하다 함은 결국 이와 같은 통신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이유일 것이다. 국민은 디지털인데 정치는 아직 아날로그거나 노사 간에 양방향 아닌 단방향 통신이거나 부부 사이의 많은 문제는 표준 프로토콜은커녕 주파수조차 맞지 않은 불통이 그 연유가 아닐까.

 사실 이번 여행은 고향친구들끼리의 부부동반이었다. 그러나 한 친구만은 혼자 출발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름 아니라, 차를 몰고 공항에 나오다가 여권을 챙기지 못한 불상사가 생기자 부인이 갑자기 여행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단다. 이리도 난망한 일이!

 사연을 듣고 보니 역시 소통의 부재, 아니 불통이 그 이유였다. 여권 때문에 바삐 집으로 되돌아가는 차 안, 둘 사이에 정적만이 흘렀단다. 책임추궁을 하다보면 화를 내게 될까봐 침묵한 결과가 오히려 독수공방 신세로 나타난 셈이다. 괜찮다고 서로 한마디씩만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대화는 오해대신 이해를 가져다준다 했는데 이해라는 나무엔 사랑의 열매가, 오해라는 잡초에는 증오의 가시가 돋는다 했거늘! 쯧쯧.

 약효기간은 모르겠다. 그러나 발리 덕분에 우리 부부만큼은 사이가 나아졌다. 정경유착이 그렇듯이 부부지간의 소통에도 단순 대화보다는 해외여행 향응 같은 뇌물이 필요하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근데 이 칼럼의 제목이 왜 ‘발리에서 생긴 일’이냐고? 같은 제목의 인기드라마도 발리와는 별로 관계없는 스토리, 대부분 한국에서 촬영했던 듯!

 이주헌 객원논설위원·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jhl1019@hanmail.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