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일하며 학점쌓기` 확산

 대학생 이동현 씨(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는 지난 2학기 학교로 등교하는 대신 안철수연구소로 매일 출근했다. 휴학계를 낸 것이 아니라 전공학점(15학점)을 받으며 회사에서 일한다. 중앙대학교와 안철수연구소가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산학협력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 씨가 ‘연수생’ 신분으로 맡은 업무는 기업공식 블로그와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한 대외커뮤니케이션 업무로, 전공과 연관된 일이다. 그는 “현장에서 실무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 자체가 큰 기회고, 학점이수가 가능해 학사일정에도 큰 부담이 없다”며 인턴십 프로그램에 만족했다.

 국내 대학가에 ‘학점인정’ 인턴십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실무역량이 높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방학이 아닌 학기 중에도 산업현장에서 일하며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앙대·건국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은 이미 학기 중 인턴십을 통한 학점이수 제도를 운영중이다.

 안철수연구소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는 이 씨의 경우 고용노동부와 소속 회사에서 각각 40만원씩 지급하는 월급도 받는다. 학점은 소속 회사에서 P/F 방식으로 평가, 부여하게 된다. 안현진 안철수연구소 인사총무팀 부장은 “회사 차원에서도 이 제도를 통해 일하는 대학생의 발랄하고 참신한 생각이 조직에 활력을 주고 우수 인재 풀 확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삼성전자와도 지난 학기부터 산학협력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전자·전산·기계·물리 등 분야에서 한 학기에 40명 내외의 학생을 파견한다. 인턴 프로그램 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수 인턴십 수료자에게는 취업 과정에서 특혜도 부여해 만족도가 높다.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고, 전형도 만만치 않다.

 건국대는 새해부터 ‘학생 자율형 인턴십 학점 인정제’를 도입한다. 학교나 학과 단위별로 이미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한 기업에서의 인턴은 물론,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적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한 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경우도 학점인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학 취업지원팀의 ‘인턴십 운영위원회’가 해당 기업과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과 심사를 거친 후 기업과 인턴 계약을 체결하고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고해웅 건국대 취업지원팀장은 “학기 중 인턴십의 학점인정 확대를 통해 기업과 대학간의 소통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양대도 학기 중 인턴십에 대해 학기 최대 15학점씩 전공·교양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취업이 실질적으로 대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 이상, 학생들이 취업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의미”라며 “대학은 ‘학업’이 우선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인턴십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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