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은 본질적으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시장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대표적인 자금회수 수단인 코스닥 상장은 창업 이후 평균 10년이 걸린다. 자금 회수에 10년이나 걸린다면 벤처캐피털은 창업벤처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주식 상장에 비해 자금 회수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인수·합병(M&A) 시장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 대부분은 M&A에 대해 부정적이다. 벤처기업협회가 공개한 ‘2010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를 봐도 우리 벤처기업들의 회사 매각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매각 고려’에 대한 질문에 전체의 90%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매각을 추진하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회사는 0.4%에 불과했다. 사실상 한국 벤처는 1000곳 중 고작 4곳만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내에는 M&A를 통한 중간 회수시장이 없어 초기 벤처는 투자가 거의 전무하다. 혁신적인 사고와 우수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기업에 M&A는 한 단계 도약하고 영속성을 보장하는 계기가 된다. 벤처 생태계의 역동적 발전과 사회 전반에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더 이상 M&A를 ‘회사가 망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서는 곤란하다.
M&A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지배구조 문제, 최고경영자(CEO)의 자력 성장 고집과 타 조직원에 대한 배타성 및 신뢰 부족 등 M&A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M&A를 통해 벤처자금 투자 및 회수시장에 선순환적 고리를 만들지 않고는 ‘제2 벤처시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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