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핫이슈]<2>통신시장, 경쟁구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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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 이동통신사업자 허가심사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KMI 측 관계자들(오른쪽)이 지난 11월 18일 신청서를 다시 접수하기 위해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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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5 대 3 대 2’의 비율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으로 고착화돼 있다. 지난 10여년간 이 순서는 변함없었다. 그만큼 국민들은 틀에 박힌 서비스와 판박이식 요금제, 천편일률적 마케팅에 지쳐 있다.

 부당요금 청구는 물론이고 약정 불이행, 해지처리 미흡 등 기존 통신 3사가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이 최근 전국의 청소년 및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은 현재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의 요금과 품질, 이용형태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한 카드로 정부가 내놓은 것이 ‘제4 이동통신사 신설’과 ‘이동통신재판매(MVNO) 시행’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 공약사항인 가계통신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고 중소·대기업 간 상생을 유도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의지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미 휴대폰 보급률 100%의 포화된 시장에 고착화된 사업자 구도 하에서 이들 신생업체가 비집고 들어설 자리는 넓지 않아 뵌다. 기존 사업자 역시 이들 업체의 시장 진입을 선선히 놔둘 리 없다. 그렇다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 사업자와의 수 십년 밀월 관계를 끊고 제4 이통이나 MVNO에 시혜를 베풀길 기대하는 것 역시 순진하다. 결국 실력으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서비스로 사랑받아야 한다. 이권과 로비로 점철돼온 대한민국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

 

 ◇제4 이동통신사의 탄생=“KMI가 미비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보완해 새롭게 허가를 신청하거나 새로운 컨소시엄이 와이브로 사업에 도전해주기를 바란다.”

 지난해 11월 2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에 기간통신사업 허가 불허 결정을 내린 직후 최시중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로부터 보름 뒤 KMI는 일부 사업계획서와 주주구성을 달리해 사업허가를 재신청했다. ‘S-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컨소시엄도 탄생, 현재 제4 이통에 도전장을 내밀 채비를 하고 있다.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최 위원장의 말은 모두 현실로 이어졌다.

 이번 재심 결과는 내달이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기존 이통 3사가 아닌 신생 업체를 통한 상용 이동통신 서비스가 오는 10월께 첫 전파를 타게 된다.

 재접수된 KMI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조6416억원을 투자해 전국 규모의 와이브로 네트워크(망)를 구축한다. 실제 서비스는 주요주주(MVNO)가 KMI의 망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월 2만5000원만 내면 스마트폰으로 음성과 데이터를 무제한 쓰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KMI 말대로 와이브로를 전국적으로 구축해 음성 통화를 사실상 무료로 하고 휴대폰에 컴퓨터를 연결, 인터넷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파괴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 KMI는 초기 납입자본금 규모를 기존 4600억원에서 5410억원으로 늘렸다. 800만 회원을 보유한 재향군인회가 3000억원 규모의 사업 이행보증과 함께 주요주주로 참여하는 등 재무적인 측면이 보강됐다. 주주사의 대외적 평가에 비해 과도한 투자 규모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투자 규모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1차 심사 때 네트워크 구축 일정이 현실성이 없다는 일부 심사 의견에 대해서는 상세 설명서를 대량 첨부했다.

 KMI 측은 “이미 지난해 6월 신청서 제출 이후 바로 전국망 구축을 위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망 설계 작업 및 구축계획 수립을 시작해 현재는 완료 단계에 있으며 허가 이후 언제라도 즉시 전국망 구축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컨소시엄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험기지국 등을 활용해 공동으로 2.5㎓ 대역의 세부적인 망 설계 결과 2016년까지 9743개의 기지국과 3만4560개의 원격무선장비(RRH)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KMI가 오는 2016년까지의 누적가입자 수를 1046만명으로 추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 2년차부터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고 기존 이통사 요금 대비 20% 저렴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는 1차 때 추정치(880만명)보다 오히려 더 는 수치다. 그러면서 KMI는 그 근거가 되는 시장조사 설문지까지 전문 공개했다. ‘예상가입자 수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1차 때 불허 이유로 든 방통위 지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지난달 공종렬 KMI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자청, 발행 계획조차 없다는 ‘국민주’의 투자 의향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 역시 자금 조달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지난번 방통위의 심사에 대한 반감과 압박의 의미를 담고 있다.

 KMI의 부적격 판정 다음날인 지난해 11월 3일, 관련주인 씨모텍과 스템싸이언스, C&S자산관리 등의 주식이 소폭 상승했다. 폭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모바일 등 또 다른 컨소시엄들이 제4 이통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1년 새해. 시장이 웅변하듯 뭔가 다른, 그래서 새롭고 참신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제4 이통사에 소비자는 목마르다.

 

 ◇MVNO의 도전=이동통신재판매(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란 통신망(주파수)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SK텔레콤 등)로부터 망 설비를 빌려서 쓰는 이동전화(휴대폰) 사업을 말한다.

 그래서 ‘집주인’인 기존 이통사의 협조와 도움이 관건이다. ‘세입자’인 MVNO가 집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사업을 해야만 하는 구조적 맹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제4 이통사 설립과 함께 ‘MVNO 시행’을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친서민 정책(가계 통신비 절감)과 상생 협력의 성공모델로 키우고 싶은 바람에서다.

 실제로 기존 이통사의 기본료는 1만2000원 수준. 하지만 MVNO는 기본료 5000원에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 최대한의 통신망 설비투자를 유도,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10여개의 MVNO만 등장할 수 있다면 약 3000억원의 투자와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MVNO 도입으로 연간 총 8160억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이 기대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가구당 통신비 38만원 이상의 인하 효과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기존 이통사가 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면 진정한 ‘서로 살기(상생)’는 못된다. 하지만 이 점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 못된다는 게 MVNO 예비사업자 측의 설명이다.

 국내 MVNO 잠재시장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약 17%. 그러나 실제로 MVNO를 이용하는 고객은 잠재시장의 절반인 8.5%(425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존 이통 3사의 매출 감소는 약 9500억원으로 사업자당 약 2000억~4000억원에 불과해 10조원이 넘는 이들 사업자의 매출 수준과 비교해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기존 이통사업자(MNO)들도 이에 동의한다. 그까짓 게 돈벌이가 되겠냐는 비아냥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 사업자 역시 뒤로는 MVNO 비즈니스를 새해 신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MVNO 의무사업자(SK텔레콤)가 아닌 비의무 기간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새해부터 MVNO 사업에 가세한다.

 KT는 2G·3G에 개별 부과하던 이동통신재판매(MVNO) 과금 방식을 통합하고 MVNO 사업자를 대상으로 구매량·시간대별 할인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주요 분야별 5개의 MVNO 파트너를 선정, 사업에 나선다. 이른바 ‘MVNE(Mobile Virtual Netwok Enabler)’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MVNO사업자를 지원한다.

 KT와 LG유플러스의 행보는 해당 고시안 시행과 제4 이동통신사 설립 등을 계기로 MVNO 시장이 새해부터 본격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가 미처 발굴하지 못한 시장을 MVNO 사업자가 개척, 매출과 영업전선을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도매대가는 물론이고 기존 다량구매 할인에 시간대별 할인제도까지 만들어 MVNO 파트너사의 초기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보호막 아래서 비교적 손쉽게 성장해 온 대기업 이통사가 다소의 기득권을 양보,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MVNO는 생존 불가”라며 “특히 MVNO는 통신망 접속과 단말기 개발 및 연동시험 등에서 기존 이통사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대하는 대기업의 상생 마인드가 필수”라고 말했다.

 

 ◇통신시장 경쟁활성화의 조건=국내 통신시장에 ‘경쟁’이라는 DNA가 뿌리내리긴 쉽지 않다. 체질화된 규제는 시장의 유연성과 자생력을 퇴화시켜 버렸다.

 그렇다면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지만,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의지는 박약하다.

 오는 2월에 새로 있을 제4 이통사업허가 재심사의 심사위원 구성이 지난 1차 때 라인업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방통위의 결정에 KMI 측은 낙담한다. 이미 일부 언론과 기존 이통사 등에 당시 심사위원의 명단과 얼굴이 공개된 만큼 전면적인 심사위원 조정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나, 방통위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MVNO 역시 마찬가지다. MVNO 정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망이용대가(도매대가)다. 하지만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은 이를 ‘소매요금할인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산정된 할인율 44%의 도매대가로는 설비를 투자하는 ‘완전 MVNO’의 탄생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설비투자를 많이 하는 완전 MVNO에게는 도매대가를 ‘원가방식’으로 산정토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라도 다량구매할인율(볼륨 디스카운트)을 적용, 도매대가 할인율이 최소 55% 이상이 되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요구다.

 현재 SK텔레콤은 당초 2010년 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던 도매제공 약관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방통위도 볼륨 DC 할인율 등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 전담반이 킥오프돼 있는 상태지만 종편 선정 등에 밀려 언제 제정될지 기약이 없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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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양평 한화콘도에서 열린 제4 이동통신사업자 허가 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종렬 KMI 대표가 심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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