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기획]스마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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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꽉 막힌 도로에서 졸음을 쫓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신호도 없는 고속도로라면 장시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져 운전자는 졸음은 물론이고 피로와 맞서야하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조만간 운전자는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로 스마트카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카에는 생각하는 컴퓨터가 내장돼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해 달리고 멈추는 제어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운전자는 교통체증에도 지금처럼 운전에 몰입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미래에는 도로 곳곳에 설치된 RFID센서를 통해 도로 위치와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최단 시간에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자동 운전모드를 지원하게 된다. 그야말로 똑똑한 차들이 도로를 누비게 된다.

 자동차가 기계의 울타리를 넘어 점차 지능을 갖춘 스마트카로 변하고 있다. 운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환경 규제와 안전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자동차가 진화하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의 진화는 그린카와 스마트카로 요약된다.

 그린카 개발은 지구의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직면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전기자동차·수소차·태양광차·클린디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차량용 리튬이온 2차전지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전기차는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그린카가 가솔린을 대체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변화라면 스마트카로의 변화는 차량에 두뇌가 바뀌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다. 자동차가 사람의 뇌처럼 차량 내·외부 상황을 인식하고, 느끼며 이를 판단해 행동을 취하는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운행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이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로서도 첨단 기능은 소비자가 좋은 차를 갖고 싶게 하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카 미래 아닌 진행형=스마트카는 미래가 아닌 진행형의 프로젝트다. 실제 스마트카는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를 중심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행자와의 사고를 예방하는 장치 개발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77㎓ 원거리용 레이더를 이용해 전방 차량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디스트로닉 시스템을 신차에 장착했다. 이 장치는 주행시 레이더로 200m 이상 앞의 사람이나 물체를 감지해 차의 속도를 줄이거나 제동하게 한다. 이 차에는 근적외선 센서도 내장돼 야간 시야 확보도 지원하며 졸음 운전 방지를 위한 ‘어텐션 어시스트’ 기능도 포함됐다. 벤츠는 이 밖에 차선이탈 경고, 예상되는 사고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작동하는 ‘프리 세이프’ 시스템도 개발했다.

 볼보 역시 2007년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를 조합해 시속 30㎞ 이내의 저속주행 중 차량이나 보행자의 사고 예방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적용했다.

 BMW는 자동차에 레이더 기술을 적용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을 제어에 활용해 곡선로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주행시스템을 개발했다. 운전자가 설정한 일정 속도로 운행하다가 앞차와의 간격이 줄거나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경우에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감속하거나 제동하는 기술도 차세대 차량에 장착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골프’는 자동 주차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장착됐다.

 국내에서도 현대차동차가 차량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을 장착해 현재 국산화를 진행 중이다.

 만도도 레이더와 비전센서를 이용한 차량이나 보행자 충동예방 시스템을 연구중이다.

 ◇스마트카 기술의 핵심은 센서·반도체=스마트카는 기계와 IT의 대표적인 융합사례다. 한대의 완성차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차량이 더 스마트해지기 위해선 다양한 센서와 ECU가 탑재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차량에는 먼 거리를 파악하는 레이더와 근거리를 파악하는 레이저, 어두운 상황에서 사용하는 적외선, 진동을 파악하는 자이로 센서 등 다양한 센서 등이 사용된다. ECU 역시 다양한 센서를 인식해 판단하고 행동을 취하게 하는 자동차의 두뇌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BMW 등의 고급차에 사용되는 SW 라인수가 1억라인에 달한다. 이는 항공기 수준의 복잡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IT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이 도전해볼 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센서와 ECU 개발에 대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초보단계다. 다양한 차량 운행에 관한 데이터 축적이 부족한 데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 센서 기술이 뒤져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내 기업의 관련 시장 진출에 대해 기초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주영섭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 MD는 “우리의 IT에 강점을 갖췄다고 섣불리 자동차 융합 시장에 다가서는 오히려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나 기업도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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