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0일 오후. 한반도를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잊히기 어려울 시간이 됐다. 시민은 차분했고, 현명했으며, 냉철했다. 왜 그 긴장이 조성됐는지 알 만큼 알고, 느낄 만큼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날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에는 155㎜ K-9 자주포, 105㎜ 견인포, 81㎜ 박격포, 20㎜ 발칸포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그중 81㎜ 박격포를 주목했다.
81㎜ 박격포는 포 입구(지름)가 대략 어른의 두 손으로 둥그렇게 감싼 정도다. 입구 크기가 그러하니 포탄도 그만하다. 올 7월 유명을 달리한 코미디언 백남봉씨가 ‘삐유우우~’ 하는 휘파람 으로 포탄 날아가는 소리를 흉내 내고는 했던 그 포다. 살상반경은 34미터. 반지름(반경)이 그러하니 포탄이 떨어진 곳으로부터 사방 70미터 안쪽에 있으면 곤란하다. 이 포를 쓰려면 타격할 지점을 정할 관측병, 포탄을 날려 보낼 방향과 거리에 따른 장약(화약) 등을 결정할 계산병, 둘 사이를 이어줄 통신병이 필요하다. 또 겨냥대를 꽂을 탄약수 두 명, 포탄을 넣을 부사수, 조준경을 이용해 실제 발사과정을 지휘할 사수가 있어야 한다.
기자는 계산병이었다. 관측병이 무전으로 불러준 지역에 포탄을 떨어뜨리기 위해 계산했다. 수학을 잘해서가 아니라 지도에 찍힌 점을 볼 줄 알고, 전투교범에 따라 만든 계산판을 쓸 줄 알면 됐다. 제대할 날이 조금씩 가까워졌을 때 계산판을 넘겨줄 부사수가 생겼다. 공과대학을 다니다 입대한 친구였는데, 겅중거리며 뛰는 모습 등으로 이른바 ‘고문관’ 취급을 받았다. 군대 생활에 어수룩해 보였던 그는 사실은 매우 혁신적인 사람이었다. 전투교범과 계산판을 가지고 이것저것 생각해보더니, 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전자계산기를 하나 사들고 왔다. 1990년쯤에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팔았던 보통 전자계산기보다 ‘버튼이 조금 더 많은 것’이었다. 그는 그 계산기로 버튼 몇 번 누르는 것으로 사격 방향과 거리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매우 놀라웠다. 요즈음 “혁신, 혁신” 하는데 혁신은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이것저것 없던 틀을 만들기보다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군대에서 그 ‘혁신적 고문관의 81㎜ 박격포 계산 체계’가 쓰이고 있을까?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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