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엔스퍼트 천보문 부사장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을 꼽으라면 엔스퍼트를 빼놓을 수 없다. 애플 아이패드가 가장 먼저 국내 상륙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올 8월 말 엔스퍼트가 `아이덴티티탭’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당시 대기업도 아직 준비 못한 스마트패드를, 또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사용한 제품을 이름도 생소한 국내 중소기업이 내놓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4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 1호 스마트패드’에 대한 관심은 아쉬움과 동시에 차기 제품에 대한 또 다른 기다림으로 남고 있다.

 “자부심도 많고 아쉬움도 많습니다.” 아이덴티티탭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부탁에 해당 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천보문 부사장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아이덴티티탭은 수출을 포함, 연내 5만대가량 판매가 예상된다. 8월 출시 당시 목표로 밝힌 10만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지만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게 어쩌면 더 큰 수확이다. “자부심이 컸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나온 갤럭시탭을 본 이후 자부심이 더 생겼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진 것이죠.”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 스마트패드를 중소기업이 도전한 것, 그리고 대기업 못지않은 제품 경쟁력을 선보인 데 대한 자신감,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이 자평만은 아니다. 엔스퍼트는 미국에서 베스트바이와 유럽은 미디어막트, 중국에서는 한황 등 내로라하는 유통 및 모바일 기기 업체와 사업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패드를 가장 먼저 내놓은 엔스퍼트의 경쟁력이 없었으면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할 파트너들이다. 한황 회장은 최근 엔스퍼트를 직접 다녀가기도 했다. 천보문 부사장은 “자부심이 큰 한편으로 아쉬움이 컸던 건 우리들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았음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충족하는 제품 개발과 거래처 다변화, 그리고 경영상으로는 A부터 Z까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엔스퍼트는 새해 CES에서 아이덴티티탭 후속작을 선보이기 위해 송년을 잊고 있다. 회사를 방문한 21일엔 이창석 대표는 구글과의 미팅을 위해 미국 출장을 가 있었다.

 천 부사장은 “구글과의 인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번 대표 출장의 큰 이유”라고 귀띔하며 “CES에선 다양한 인치대의 제품과 성능이 높아진 스마트패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 아이패드의 성공 후 휴대폰 제조사부터 대형 PC 기업들까지 스마트패드는 그야말로 글로벌 격전지가 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삼성전자가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지, 모토로라는 무엇을 내놓는지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만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엔스퍼트는 도전을 계속하는 중이다. 창조와 개척 정신을 강조하는 요즘 엔스퍼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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