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분말야금학회 수석부회장 kbk1649@ulsan.ac.kr
분말야금(powder Metallurgy)은 금속이나 세라믹 분말을 형틀에 넣어 모양을 만든 다음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 부품으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이다. 쉽게 예를 들면 흙을 반죽하고 빚어 그릇 모양으로 만든 다음 고온의 가마 속에서 구워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과 흡사하다. 분말야금법은 일반적인 제조 야금법에서 볼 수 있는 용해·주조·응고·단조·기계가공 등의 공정을 거치지 않고 최종 제품에 가까운 형상을 직접 그리고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주·단조로 제조되는 부품에 비해 30∼40% 이상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분말야금의 기원은 기원전 4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 산업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지는 19세기 들어서면서부터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들어 분말야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면서 분말야금을 이용한 소결부품과 초경절삭공구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설립됐다. 1970년대 말부터는 각종 전자통신기기에 이용되는 분말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자동차·공구·전자기 부품산업 등의 급성장과 함께 철계 및 비철계의 많은 분말야금 관련회사들이 만들어졌다.
초기 분말야금 산업은 주로 자동차 및 기계부품, 절삭공구와 같은 구조재에 치우쳐 왔다. 현재 국내 자동차에 적용되는 커넥팅로드 등의 분말부품은 대당 9kg 수준으로 대당 18kg인 미국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점차 그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구조용 부품에서 자성, 전자기, 광학 등과 같이 여러 가지 기능이 강화된 제품의 요구가 증대되면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분말야금 제품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분말의 크기가 점점 미세해지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고 이를 산업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수요가 형성됨에 따라 나노분말(nano powder)에 대한 관심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며 분말야금 분야 내에서 하나의 큰 기술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분말제품의 강도를 향상시키고 소형의 복잡한 형상 부품을 손쉽게 제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과 공정들이 개발되고 있다.
분말야금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50년 이내의 극히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너지·환경·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말야금과 관련된 사업체 수가 500여개 수준으로 선진국과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거의 대등한 수준에 있다. 점차 산업체의 기술경쟁력이 국가의 경제를 이끌고 나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새로운 원천기술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에서 분말야금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산학연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통해 산업체의 기술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 및 산업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의 꾸준한 노력이 절실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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