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무정전 장치조차 없는 연평도 피난시설

 웬만한 사건에 놀라지도 않는다. 하도 빠르게 격변하다보니,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다보니 어지간한 일가지고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쏘아서 불바다를 만들었는데도 국민들은 라면이나 쌀 등 큰 사재기조차 하지 않는다. 증권가도 북한리스크를 그저 지나가는 소형급 태풍 정도로 본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연평도에서 북한의 대포공격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국회의원들은 연례적으로 모여서 주먹다짐도 벌였다. 매년 송년회처럼 벌어지는 난장판에 국민들은 화조차 내지 않는다. 그럴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 행동을 했는데 별일 아니라는 투다. 난장판을 벌인 다음 날 한쪽은 거리로 나갔고, 한쪽은 그 행동을 쓸데없는 행동이라고 푸념들을 한다.

 타임지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올해의 세계 다섯 번째 중요한 뉴스로 뽑아 발표하던 그 다음날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연평도가 공격 당하는 과정에서 놀란 것은 우리나라의 엉터리 재난 대응시스템이었다. 한전의 전원공급이 끊기고, 통신선로와 이동통신 기지국이 끊긴 이후 연평도는 순식간에 침묵의 섬, 암흑의 섬으로 변했다. 전기와 통신이 끊어진 그곳에서 군 통신시설을 제외하고는 가동할만한 통신시스템조차 미흡했다. 누가 죽고 다쳤는지, 얼마나 어디에 어떻게 대피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전근대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나 기관들은 그저 통신망과 전력선이 두절돼 피해상황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부의 대응 태도는 언론에 현지 재난시설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그나마 포격사태 이후 정부와 구호단체가 서둘러 시설을 갖춘 방공호 모습이었다.

 구식 방공호 내부에 스티로폼과 돗자리를 펴고, 담요 몇 장 가져다 놓은 피난 시설이 전부였다. 라면과 햇반, 부탄가스용 조리기구 몇 개와 양초, 후레시 몇 개 가져다 놓은 재난시설이 21세기 최첨단 정보통신강국이 언론에 공개한 재난 대응시스템이었다.

 국가재난 대응시스템, 재난통신망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숱한 지적에도 꿈쩍 하지 않고, 자신들의 지역구에 예산이나 퍼나르던 ‘쌈’ 잘하는 국회의원과 무책임한 국방부, 이를 파악조차 못하는 청와대가 만들어낸 연평도식 ‘재난 대응시설’이었다.

 기업이나 전산실, 비상대응시설에서 필히 갖춰진 무정전 전원시스템이나, 통신망, 발전기조차 없는 ‘비상시설’이었다. 연평도 통신망이라고는 군 통신망 일부와 유선전화, 이동통신전화 그것이 전부였다. 사람 몸뚱아리만 들어가는 재래식 방공호를 만들어놓은 것이 대한민국 재난 대응, 전쟁 대응시스템의 전부였다.

 MB정부는 틈만 나면 국격을 강조했다. 그 이전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정부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이야기한 대한민국 국격은 연평도 방공호 수준이었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강국, G20과 올림픽, 월드컵을 치른 나라의 국격은 아니다. 오늘을 부끄럽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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