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지구촌 세가구 중 한가구가 3DTV를 시청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더 흥미로운 것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패드도 이미 3D 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KDDI를 통해 출시된 3D휴대폰은 30만대 가까이 팔렸다. 내년에는 거의 모든 글로벌 기업이 3D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3D카메라 기능을 내장해 3D를 직접 찍고, 공유하는 말 그대로 UCC기반의 무한 3D콘텐츠 시장을 만들 전망이다.
한국은 2012년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한다. 결국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송출된다. 한국의 3D산업은 특별하다. 전세계 3DTV 시장 점유율 1위다. 3D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용 3D시스템 또한 우리 제품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1위와의 격차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휴대폰 등에 채택되는 무안경 3D필터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3DTV가 급속히 가정으로 확산된 것은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이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세계 디지털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의 세트 기업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2013년까지 소니의 전 세계 TV 출하량 중 절반이 3DTV가 될 것이라 호언장담한 바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한국이 갖고 있지 않은 콘텐츠 경쟁력을 일본이 갖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다. 3D콘텐츠 제작이 활발한 할리우드의 소니픽처스를 포함한 상당수 스튜디오가 일본계 기업이다. 3D콘텐츠를 제작, 송출하기 위한 수많은 카메라장비, 방송, 송출시스템 등이 거의 모두 일본산이다. 무엇보다 위협적인 것은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일본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터넷이 한국을 IT강국으로 올려놨듯이 세계 시장을 선점한 3D기술을 통해 한국의 3D콘텐츠 산업을 미국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성장사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콘텐츠 산업은 개방형 생태계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3D산업 관련 생태계에 속해있는 모든 업체가 유기적으로 콘텐츠 개발에 힘을 더해야만 한다. 3D콘텐츠의 활성화는 콘텐츠 제작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3D산업계 모두의 문제다.
콘텐츠 제작사, 유통사, 방송송출업체, 영화배급사, 3D기기 제조사 등 관련 업계 어느 곳에서든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의견을 조율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유통, 배급에 유리한 콘텐츠 개발, 방송 송출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 등 글로벌 업체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부분별 맞춤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더해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선택적·수직적 결합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자 관계로 변모하고, 개방과 참여를 통한 정보 공유 파트너 관계로 변모할 때 3D콘텐츠 발전은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3D영상을 보면 어지럽다, 속이 울렁인다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3D산업의 부정적 견해를 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우리 눈이 입체인데 화면에 비쳐진 입체를 자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3D제작 시 휴먼팩터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버스를 자주 타면 차 멀미가 없어지듯이 3D도 인간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해 나갈 것이다.
김태섭 한국리얼3D콘텐츠제작자협회 회장 s2011107@kdccor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