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김문수 지사 "IT는 이노베이션 이끌어 내는 첨단 리딩파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지방선거를 치른 지 반년이 지나지만, 요즘도 경기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하루 이동거리만도 500㎞가 넘는 날이 많다. 현장을 보고 챙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현장 중심주의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사실 김 지사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을 소화하는 데 익숙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그이 스케줄은 10~15분 단위 약속도 많다.

김 지사는 최근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에도 입문했다. 페이스북은 개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4000명에 육박하는 친구가 생겼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다 보면 이렇게 옮겨다니는 이동시간도 짧기만하다. 혹자는 그를 보고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잘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김 지사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부속실은 외부 손님들로 마치 잔칫집처럼 북적인다. 인터뷰는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수행비서의 눈치가 이어졌다. 인터뷰 내내 ‘IT와 도정철학’이 오고갔다.

그는 IT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묻는 질문에 “IT는 모든 이노베이션을 이끌어 내는 첨단 리딩파워”라며 “IT를 그의 도정철학에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이폰과 페이스북 등은 그 자체가 기존 통신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공장의 프로세스나 기계의 효용성, 기술혁신 등 모든 부분에서도 IT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비쿼터스와 홈네트워킹이나 의료분야에서의 u헬스케어 등 인간생활 전체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이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어요.”

“IT를 잘 모른다”던 그였다.

김 지사의 IT컨트롤타워를 물었다. 현 정부 초기에 없어진 정통부에 대한 생각이 듣고 싶었다. IT를 마치 전산화, 자동화 정도로 이해하는 단체장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를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정보통신부는 세계 1위의 디지털강국으로 만들었다”며 “정부가 과기 강국, 정보통신 강국의 구심점을 없애버린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흥 따로, 정책 따로, 규제 따로, R&D 별도인 구조 속에서는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기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형태든 미래전략을 구사할 부처가 있어야 한다”며 “낙후돼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고, IT융합기술과 산업진흥 및 규제에 대한 종합적인 진흥을 추진할 IT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그의 곁에서 이같은 그의 고민을 풀어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공무원 가운데는 전문가가 없다”는 말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구식에 젖어 있는 공무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외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부 같으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퇴출하고, 새롭고 젊은 피를 수혈하면 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퇴출이 없다는 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인력 스카우트를 제안했다. 경기도에 IT컨트롤타워를 만들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면 인력풀을 채워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인재들이 오려하지 않는다. 은퇴한 사람들만 온다”는 체념섞인 하소연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IT의 성격에 대해 “도는 잘 못한다. 기본뼈를 만들 역량은 안된다”며 “중앙부처나 IT전문가들이 규정해 놓으면 우리는 이를 가져다 활용하면 된다”며 선을 그었다.

“모두들 표가 어디서 나오느냐만 걱정하고 있어요. 표는 밥에서 나옵니다. 무상급식하면 돼요. 하지만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그래서 지역경제,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IT를 포함한 산업과 경제를 육성하는 기본 이유, 그것은 ‘민생’이었다.

그가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캄를 올해 도정운영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삼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실제 경기도는 올해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 △공공부문 일자리 제공 △기업지원 △외자유치 등을 통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13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투자유치 패러다임도 확 바꿨다. 양적 확대 및 외국기업 유치 중심에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과 산업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투자유치 우선순위도 일자리와 첨단기술에 초점을 맞춰 전환했다. 지난 9월말 방미길에 투자를 유치한 5개사도 초음파 영상진단기기와 반도체, 연료전지 등 모두 첨단 산업분야의 리딩기업 들이었다.

“중국은 더이상 예전의 그 중국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우리보다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완성품은 중국기업이 생산하지만 주요 부품과 소재는 우리기업이 공급하거나 생산기지는 중국에, 두되 연구개발(R&D) 기지는 한국에 두는 등의 형태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 지사는 지난 여름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경기도의 산업구조에 대해 더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거대한 중국에 먹혀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투자유치 패러다임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제조업 중심이던 경기도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광교테크노밸리와 판교테크노밸리를 R&D 혁신클러스터로, 대진테크노파크와 경기테크노파크를 기술혁신거점기관으로 육성해 세계적인 R&D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는 신성장동력산업으로 LED와 2차 연료전지, IT융합시스템 등을 선택했다. 녹색성장 기반의 새로운 투자수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경기도지사 2기 도정목표다. 미래성장산업으로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게임·영상·만화·출판 등 콘텐츠산업 클러스터 조성, 민·관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체제 구축, 콘텐츠산업 인력 양성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을 위한 ‘MS 펀드(Media&software 기금)’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기금 형태로 모금을 조성, 대·중소 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다.

수원=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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